보건복지부 조직도를 살펴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 보건의료 행정의 총본산인 이 부처는 현재 4실, 5국, 17관, 84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처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이고 예산으로 보면 최상위를 다투는 부처이다. 그런데 이 조직 안에서 치과가 차지하는 자리를 찾아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국(局)도 없다. 관(官)도 없다. 건강정책국 산하에 구강정책과, 단 하나의 과(課)가 전부이다. 치과의사 면허 관리부터 치과병의원의 관리, 구강보건 증진, 치과의료 정책, 건강보험 수가,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관련 직역 관리까지, 수만 명의 치과의사와 수십만 명의 관련 인력, 그리고 5천만 국민의 구강건강이 달린 모든 행정이 단 하나의 ‘과’의 관할 하에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골목마다 치과가 있고, 국민이 한 해 실제로 지출하는 치과의료비는 비급여를 포함해 13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경상의료비의 약 6~7%에 해당한다. 치과의료기기는 전체 의료기기 생산의 약 30%, 수출의 약 18%를 차지하며, 치과용 임플란트는 2년 연속 국내 의료기기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럼에도 이를 다루는 행정 단위는 복지부내 가장 작은 조직 단위인 과(課) 단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규모와 책임의 불균형이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경우는 어느 부처 어느 기관을 봐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의과는 보건의료정책실이라는 실(室) 단위 조직 아래 의료인력정책관, 공공보건정책관, 필수의료지원관 등 복수의 정책관을 두고 그 산하에 수십 개의 과를 거느린다. 간호는 독립 정책관은 없지만 적어도 의료인력정책관이라는 상위의 조직 아래 전담과를 보유하고 있다. 한방은 한의약정책관이라는 독립된 정책관 단위를 갖추고 그 아래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 두 개의 과를 운영한다. 치과는 이 한방보다도 못한 조직 위상을 갖고 있다. 건강정책국 안에서 건강증진과, 정신건강정책관(산하에 3개과가 있음)과 나란히 편제된 1개 과에 불과하다. 이런 조직도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간 치과를 건강관리 캠페인의 한 항목 정도로 홀대하여 왔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치과는 그런 현실에서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낸 것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주요국가의 경우를 한번 검색해 보았다. 영국은 보건사회부와 NHS England 양쪽에 각각 최고치과책임관(Chief Dental Officer)을 두고, 치과의사 출신 전문가가 국가 최고 자문관 자격으로 구강보건 정책을 직접 관장한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산하에 구강보건국(Division of Oral Health) 및 보건자원서비스청 산하에 구강보건국(HRSA office of oral health)을 두고 양극 관리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 효율화 프로그램 하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축소하려 하자 미국치과의사협회가 즉각 반발하여 무산된 바도 있다. 전담 조직이 축소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치과의 위상이 비교적 낮다는 일본의 경우조차 후생노동성 의정국은 의사를 담당하는 의사과, 치과를 담당하는 치과보건과, 간호를 담당하는 간호과를 각각 독립된 과로 병렬 운영하고 있다. 한국처럼 치과를 건강증진 사업의 한 귀퉁이에 한 과로 끼워 넣어 운영하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구강보건 행정의 위상은 그 나라가 구강건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에 현재 우리 정부 조직도는 정부가 바라보는 우리의 위상을 냉혹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모두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솔직히 그간 우리가 지금까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또 설득력 있게 제기해 왔는지 한 번 되물어 봐야 할 것 같다. 그간 협회가 일상적으로 정부와 얘기하고 있던 부분이 보험수가, 인력수급, 면허관리 등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 이익에만 편중된 너무 지엽적 것에만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혹여 그랬다면 정부는 치과에 그리 큰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너무 작은 우물안에 가두고 국민 건강 증진과 국부창출을 위해 우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떤 조직이던 한번 만들어지면 그 역할 만큼은 움직인다는 행정의 단순한 원칙을 생각하면, 세계를 선도하는 K-치과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부조직 강화는 필수 일듯 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의 구강건강은 더 이상 충치와 치주질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치과의료는 거의 모든 치과의사들이 골이식 포함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하며, 구강암, 악안면 골절과 외상, 구순구개열을 포함한 각종 악안면 기형, 턱관절 질환, 침샘 질환, 안면통증에 이르기까지 두경부 영역의 광범위한 질환을 다루는 독자적인 외과 분과이다. 최근 의료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골다공증 약물 투여에 의한 악골 괴사증처럼 전신 질환 치료의 합병증이 구강악안면 영역에서 발현될 때도 치과의사가 최일선에서 관리해야 하며, 골, 연조직 재생을 위한 조직공학과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구강악안면 영역은 광범위한 임상 적용의 핵심 테스트 베드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구강이 전신건강의 창(窓)이라는 유서가 깊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주치의는 “모든 질병의 원인은 치아에 있다”며 왕의 전악 발치를 강행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그 방법은 과하였지만, 당시 구강질환으로 발생한 경부심부농양, 골수염, 패혈증 등으로 많은 사망자가 있었고, 따라서 구강이 전신건강의 핵심이라는 이론이 나왔던 것이다. 최근의 연구 역시 원인일 수도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70세에 치아를 20개 이상 보유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의미하게 오래 산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고 구강 허약(oral frailty)이 신체 기능 저하와 사망 위험을 높이며, 치주질환과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와의 연관성은 이미 유의미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국민 건강보건 정책에 있어 치과의료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그럼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조직이 필요할까? 소견이지만 필자는 ‘구강(치과) 정책실’ 혹은 최소한 ‘구강(치과) 정책국’ 신설을 제안한다. 최소한 국(局) 체제 아래 구강보건정책과, 구강의료산업과, 구강보건증진과의 3개 과로 기능을 나누고, 구강보건정책과는 치과인력, 면허, 보험, 의료기관 정책을 총괄하고, 치과의료산업과는 치과의료기기 산업 육성과 치의학 분야의 첨단재생의료, AI, 디지털 덴티스트리 등 신산업 지원을 맡으며, 구강보건증진과는 생애주기별 예방 사업과 노인 포함 취약계층 구강보건 정책을 담당하는 구조다.
세세한 내용은 조정이 될 수 있겠지만 만일 이에 대한 치과계의 컨센서스가 이뤄진다면, 시급히 정부와 국회 설득을 위해 함께 발벗고 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추상적인 위상 강화 요구가 아닌, 데이터와 논리를 기반으로 한 설득력 있는 청사진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2026년 5월 현재 복지부 4실 5국 17관 84과에서 치과의 자리는 단 ‘1과’이다. 이 숫자를 부끄럽게 여기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감히 단언컨대 우리 치과계의 미래는 계속 어두워 질 수밖에 없다. 구강보건복지부를 설치하자는 것도 아니고, 복지부 산하 1개의 구강(치과)정책실 혹은 정책국의 설립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치과계의 위상 및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요구이다. 정부도 부디 긍정적인 검토를 바라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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