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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선거 이대로 괜찮은가

양영태 칼럼

현행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제도에 대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창립 이래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대의원 간선제는 제30대 협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직선제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분명 얻은 성과도 있었으나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부작용 역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직선제의 도입 취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풀뿌리 참여, 그리고 회원 주권의 실현이라는 명제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타당하다. 회원 각자가 직접 협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함으로써 ‘주권은 회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후보자들 또한 회원의 요구를 더욱 민감하게 반영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 정치와 달리 치과계는 공통의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는 직역 단체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사업 방향은 대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협회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급격히 달라지기는 어렵다. 이는 직선제가 전제하는 ‘정책 선택에 기반한 투표’가 실제로는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가. 오랜 선거 경험을 돌아볼 때, 특정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깊은 검토를 바탕으로 한 선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선택의 기준은 결국 ‘인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인물 선택이 과연 객관적인 역량과 자질에 대한 평가에 기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출마한 후보자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이 이를 정밀하게 비교·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 빈틈을 메운 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학연과 지연이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회원들의 판단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 전반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현실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많은 경우 선후배의 권유, 출신 대학, 지역적 연고 등이 투표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선거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특정 집단 간 결집이 이루어질 경우 표 차이는 자연히 근소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당락은 소수의 ‘유동표’, 즉 정책, 도덕성,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회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문제는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이러한 유동표를 확보하기 위한 과열 경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비방이나 음해, 이른바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이는 선거 이후까지 이어지는 분쟁과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곤 한다. 이번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직선제 도입 이후 반복되어 온 이러한 양상은 협회 운영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집행부는 회원을 위한 정책 추진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후유증으로 인한 갈등과 법정 다툼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협회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직선제만이 민주적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우리 치과계에 가장 적합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보다 냉정하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직선제를 보완하는 방안도 가능하겠지만, 과거의 간선제 역시 선입견 없이 다시 검토할 대상이 되어야 한다.

 

치과계는 일반 정치와 달리 강한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집단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일반 정치의 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최근 총회에서 간선제 환원 안이 부결되었다 하더라도, 논의 자체를 종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보다 성숙한 공론 과정을 통해 최적의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선행 사례로 거론되는 의료계 역시 직선제 도입 이후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구심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겪어 왔다. 이는 특정 단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직역 단체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 또한 한때는 직선제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선거를 지켜보며, 정치권의 직선제와 직역 단체의 직선제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간선제로의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히려 치과계의 분열을 최소화하고 협회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하나의 현실적 대안이다. 이제는 감정이나 관성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진정으로 적합한 제도가 무엇인지 차분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