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생님이랑 재밌는 놀이 한번 해볼까? 여기 파이프 끝에 공 보이지? 파이프를 물고 바람을 불어서 공을 날려볼 거야. 선생님이랑 누가 더 오래, 누가 더 높이 공을 띄우는지 대결해보자.”
토요일 오전, 청담 CDC어린이치과 내 마련된 구강기능예방센터(OFPC)의 풍경은 일반적인 치과와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은 무서운 드릴 소리 대신 알록달록한 교구와 측정기기 앞에 앉아 있고, 풍선을 불거나 파이프를 불고 있는 얼굴에는 미소와 호기심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앞에 앉아 있는 의료진의 눈빛은 예리하기 그지없다. 풍선이나 파이프 불기가 단순히 놀이가 아닌 아이들의 구강 기능을 꼼꼼하게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진단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과정도 개원가에서는 흔하지 않은 모습이다. 의료진은 아이들이 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며 구강 주위 근육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또 입술로 단추를 물게 한 뒤 줄을 잡아당겨 입술 힘을 측정하는가 하면,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혀로 입천장을 미는 행위를 시범하며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문 기기를 활용해 설압을 측정하거나 타액을 활용해 구강 상태를 분석하는 과정은 더 전문적이다.
특히 타액 분석 기기에 아이들의 타액이 묻은 시트지를 넣자 불과 몇 분 만에 치아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가 나온다.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보호자에게 우식성 박테리아, 산성도, 완충능, 암모니아 등의 지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상담을 이어간다.
센터 한쪽에서는 선배 치과위생사가 신입 치과위생사들을 대상으로 열띤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검사 기기를 다루는 법만이 아닌 환자의 사전 검진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구강근기능요법(MFT)을 교육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더불어 환자가 가정에서도 훈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MFT 키트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 수가 부재 한계…제도 개선 필요
이처럼 최근 소아치과는 치료만 받고 돌아가는 곳이 아닌 올바른 구강 습관을 배우고 기능 향상을 도모하는 ‘교육의 장’이자 ‘예방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소아치과에서의 이러한 구강 기능 관리는 평생 구강 건강의 초석을 다지는 일인 만큼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OFPC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환자에 대한 MFT 교육이나 진단·검사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고령 환자의 구강 기능 관리 역시 중요하지만, 평생 구강 건강의 초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훈련과 진단·검사가 더욱 활발히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 모델이 국내 치과 개원가 전반으로 확산하기에는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것도 현실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이미 소아 환자 또는 고령 환자의 구강 건강 관리 활동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책정해 의료기관의 예방 활동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수가 체계는 처치 위주로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문 장비 도입과 전문 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상담과 교육, 기능 훈련에 대한 적정한 보상 체계가 미비해 사실상 서비스 차원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에 일선 개원가에서는 진단·검사 영역이나 구강 기능 훈련 영역 역시 제대로 된 수가 책정이 이뤄져 제도권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개원가에서 MFT 훈련 등 예방적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치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속 들려온다.
이와 관련 이재천 원장(CDC어린이치과)은 “성장기 때 기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치아의 형태가 왜곡되고 부정교합도 생긴다. 그렇기에 이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가 일찍부터 개입해 조기 발견하고,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운 점은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가 검사나 평가 영역의 수가를 제대로 만들어두지 못한 부분이다. 이러한 영역은 제도적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개원가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예방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