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안팎의 강력한 반대로 멈춰 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의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책임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의기법 개정안을 ‘원 포인트’로 다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이하 법안1소위)가 별다른 결론 없이 ‘계속심사’키로 결정한 이후 장외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안1소위 폐회 이틀 후인 지난 5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의료기사법 법안심사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들의 민생입법 방해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통합돌봄을 시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료기사의 병원 밖 서비스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을 가로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며 일해야 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특정 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만 바라보며 환자와 그 가족의 삶에 절실히 필요한 입법을 외면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입법권을 남용해 국민의 삶을 짓밟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 “정부, 더 정교한 대안 만들어야”
날 선 여당의 입장에 대해 야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법안1소위원장인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이 걸린 입법을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 업무관계 변화로 직역 간 또는 사회적 갈등 유발 우려 ▲의사와 의료기사 간 직접적 지휘·감독 관계의 배제로 연결돼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없는지에 대한 고려 ▲‘지도’와 ‘처방’의 명확한 정의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두 개념을 혼용할 경우 해석상 혼란 유발 등 법안소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의 내용과 기존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시 등을 언급한 다음 “통합돌봄은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직역 간 극심한 대립으로 현장 혼란이 발생하면 누구 책임이냐”며 “저급한 정치공세를 반성하고 정부는 더 정교한 대안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료기사법 개정안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성명은 사실관계와 쟁점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서 의원은 “이 법안에 더욱 숙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지도’와 ‘처방’ 등 용어를 함께 사용하면서도 그 개념과 책임범위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없다”고 논박했다.
아울러 “현장의 혼란을 막자는 지적을 ‘특정 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불필요한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태”라며 “보건의료정책은 현장의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의기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의사·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이뤄져야 하는 의료기사 업무에 ‘처방·의뢰’ 개념을 도입하는 게 골자로, 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졸속 입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이미 법안1소위에서 격론 끝에 계속심사 결정이 난 데다 지방선거 체제 전환, 전반기 국회 종료 후 후반기 원 구성 등의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의기법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