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전자공학과에 입학하여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제게 지금의 반도체주 활황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당시만 해도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던 기업의 주식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토로하던 친구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기대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는 상황에 배가 약간 아프기는 하지만 예방치과를 전공하며 금전적 풍요에 대한 기대를 일찍이 내려놓았기에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다만 최근 학생 상담 중 “치과의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데 차라리 반도체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과연 치과의사의 미래는 세간의 우려만큼 어두운 것일까요. 물론 소득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일부 대기업 종사자들이 누리는 전례 없는 성과 분배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사례일 뿐이며, 반대로 치과의사가 더 높은 소득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특정 시점의 연봉이나 성과급만으로 직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치과의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일을 단순한 생업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업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그 대가를 경제적 보상으로 받는 삶 역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 그 자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특히 노인, 아동, 장애인 진료와 같은 영역에서는 진료 행위가 단순히 치아를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한 사람의 일상과 존엄을 회복시키는 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필요하다면 일보다는 삶의 질에 비중을 두고 때로 그 경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둘째 아이를 갖는 것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양가의 도움 없이 자녀 한 명을 키우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육아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건강 문제, 부모님의 봉양, 새로운 학습과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등 삶의 다양한 과제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업무량과 근무 형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작은 장점이 아닙니다.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과의사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정성의 강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치과의사는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직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 진단하고 치료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본질적인 역할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면허를 유지하고 전문성을 꾸준히 관리한다면 정년이라는 개념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오랜 기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기업의 정년을 훌쩍 넘어서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직업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강점입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가치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삶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대가 불확실해질수록 전문성과 자율성, 그리고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직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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