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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 4명 중 1명은 최근 ‘번 아웃’ 경험

정책연, 치의 926명 설문조사
33% “65세 은퇴 적정 시점”
25.5% “은퇴 후 일하고 싶다”


“대기업 종사자들은 주기적으로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우리들은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치과의사의 건강권 문제가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이뤄지는 진료, 환자 응대와 경영 압박이 겹치면서 신체·정신적 소진을 호소하지만, 치과의사의 직업 특성을 반영한 건강관리, 은퇴 설계 논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이 최근 공개한 ‘전국 치과의사 조사를 위한 예비 연구(연구책임자 한동헌)’의 일환으로 수행된 심층 면접 및 설문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서는 치과의사의 건강 문제를 질병 유무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 수검 여부와 우울증 등 정신건강, 취미·여가 생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치과의사는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지, 취미 생활을 하는지 이런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치과의사 9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무 수행 중 겪는 어려움으로 ‘정신적 소진’을 꼽은 응답은 36.0%, ‘육체적 소진’은 34.1%였다. 최근 3개월 기준 번아웃 경험에서도 ‘진료 후 심신이 완전히 지쳐버린 느낌’을 자주 겪는다는 응답이 24.2%로 나타났다. ‘업무에서 더 이상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도 21.4%였다.


건강 상태를 스스로 나쁘게 평가한 응답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45.6%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좋은 편으로 봤고, 현재 치료 중인 질환이 없다는 응답도 61%였다. 다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과 함께 근골격질환, 디스크 등 치과의사의 직업 특성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질환도 확인됐다.


은퇴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이유로 진료실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사회적 소속감과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한 치과의사는 “은퇴를 하고 싶은데도 생활비나 자녀 문제 때문에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과의사는 “어르신들 얘기를 들어보면 출근할 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오전에 환자 몇 명을 보고 직원들과 커피도 마시는 그런 일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치과의사의 적정 은퇴 연령으로는 대체로 60대 중반을 커리어의 마무리 시점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 설문에서는 65세를 꼽은 응답이 3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세 28.3%, 70세 23.9% 순이었다. 본인이 실제 은퇴를 고려하는 연령도 65세가 29.5%로 가장 많았고, 60세 27.9%, 70세 20.4%가 뒤를 이었다.


다만 은퇴 이후에도 다시 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25.5%였다. 희망하는 업무는 구강검진 30.5%, ‘어떤 업무든 상관없음’ 28.8%, 일반진료 20.3% 순이었다. 특히 은퇴 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9.7%에 달했다.


근무 형태는 전일제보다 단시간 근무 선호가 뚜렷했다. 은퇴 후 재취업 의향이 있는 응답자 중 주 3일 근무를 희망한 비율은 56.4%, 하루 4~6시간 근무를 희망한 비율은 70.0%였다. 결국 손과 팔을 많이 사용하는 치과의사의 직업 특성상, 갑작스러운 상해나 질병은 생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건강권 보장 논의가 치과의사 개인의 자기관리나 노후 준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치과의사는 “항상 불안한 게 어떤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일을 못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치협과 같은 단체에서 해줄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