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시대 방문구강관리·치과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치과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와 관련 언제 걸려올지 모를 보건소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한 치과의사가 재가환자 치과진료에 동행해 줄 것을 제안해 왔다. 실제 현장의 어려움이 치과의사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방문치과진료 봉사를 해온 장원석 원장을 따라 동행했다. <편집자주>
■재가환자 방문치과진료 동행 르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대용 브라켓테이블에 연결된 스케일러팁이 물만 찍찍 분사할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장 원장이 큐렛을 들고 환자의 치석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거실 바닥에 되는대로 앉은 자세가 불편한지 몇 번이고 자세를 고쳐 잡으며 치석을 제거하길 30여 분. 환자의 입속에서 피에 흥건히 젖은 거즈가 한 뭉텅이 나왔다. 팔다리가 불편해 스스로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환자가 끝까지 견뎌내는 것이 대견했다. 치료를 받은 A씨(39세)는 지체장애에 지적장애가 동반된 환자다. 보호자는 A씨가 태어나서 한 번도 치과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환자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5월 1일, 장원석 원장(장원석치과)을 따라 부산 남구 일대 재가 장애인·노인환자 대상 치과진료봉사 현장을 살펴봤다. 이 날 진료에는 최현주 치과위생사가 함께 했다. 부산이 고향으로 부산치대를 졸업한 장 원장은 20여 년째 남구에서 장애인 환자, 그 중에서도 재가환자를 위주로 치과진료 봉사를 펼치고 있다.
장 원장은 “방문치과진료는 절대 높은 수가만 책정한다고 치과의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장의 실제 어려움을 치과의사 동료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기자를 호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 원장이 12년 째 돌보고 있다는 다른 환자를 만나기 위해 차를 돌렸다. 부산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야산이나 언덕에 집을 지어 산동네가 많다는 설명을 들으며 이동했는데, 막상 도착한 환자의 집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흡사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느낌.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20kg이 넘는 이동식 진료 장비들을 들고 남은 골목과 계단을 더 걸어 환자 집에 도착했다.
방 한 칸을 가득 채운 침대에 누워 있는 B씨(55세)는 37년째 와상 상태라고 했다. 고 3때 교통사고로 경추 마비가 와 어깨 위로 목, 얼굴만 가누고 손을 조금 사용할 수 있다. 장 원장은 선 채로 B씨의 구강상태를 이리저리 살피고 스케일링을 한참 진행했다. 그리고 충치가 깊어진 곳이 있어 다음 진료를 하러 올 때는 레진 충전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B씨는 장애인주치의제 혜택으로 월 1회 의사가 방문해 건강상태를 살피고 처방을 해 주지만 치과진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반치과에서의 진료는 꿈도 못 꾸고 가려면 대학병원급이나 장애인치과병원에 가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동의 제약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와상의 B씨를, 그것도 높은 산비탈 위에 거주하는 환자를 한번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장정 대여섯이 필요해 보였다.
B씨는 “원장 선생님은 천사다. 사랑니 때문에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였는데 원장님이 급하게 방문해 뽑아줬다. 손에 힘이 없어 칫솔질을 하기 어려운데 스케일링을 한번 받으면 날아갈 것 같다”며 “이리 해 주는 선생님이 있을까 싶다. 집에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과진료를 위해 나라가 많은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환자 1명만 봐도 진이 빠져, 수가만 생각하면 하기 힘들어”
장원석 원장은 “대부분 재가환자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거주지 접근성부터 어려운 편이다. 장비 이동에서부터 힘이 든다”며 “진료 시 어려운 점은 진료 포지션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항상 애를 먹는다. 서서 허리를 굽히거나 바닥에 앉아 진료를 해야 한다. 일부에서 은퇴 치과의사들의 새로운 일자리로 방문치과진료를 거론한다는데 이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환자 한집만 방문해도 진이 빠진다. 이렇게 매일 진료하면 금방 몸이 망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소통, 진료 협조에 있어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이날 방문진료에서 장 원장이 의사소통 문제로 가장 애를 먹었던 환자는 60대 여성 환자 C씨. C씨 역시 와상환자로 입을 벌리고 팔을 드는 정도의 움직임만 가능했다. 볼펜을 쥘 힘도 없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으로 요양보호사의 손바닥에 손 글씨를 써 의사를 전달했다. 스케일링을 하는 중간 중간 뭐가 불편했는지 C씨가 자꾸 큐렛을 씹어댔다. 장 원장은 그래도 싫은 내색 한번 않고 윗도리가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스케일링을 했다. 그리고 C씨를 돌보고 있는 요양보호사에게 환자 칫솔질법 등 구강관리 요령을 한참 설명했다. 특히, C씨 같이 삼킴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치석 등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시켰다.
대부분 재가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는 보호자 또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들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구강건강 상태도 당사자보다 보호자에게 우선 인식시키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실제 침습적인 치과진료의 특성 상 재가환자 진료에서는 법적 문제 가능성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순 구강관리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 치료의 단계로 들어갈 경우 인지 기능이 저하된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의 대리인에 의한 진료 동의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표준화된 진료 환경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충분한 진료 및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적절치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원석 원장은 치과에서 할 수 있는 진료를 재가환자에게도 다 해 줄 수는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같이 완전한 원기능 회복에 치료의 초점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증상이나 통증을 완화해 주는 ‘대증치료’에 목표를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장 원장은 “재가환자에게 할 수 있는 진료범위가 따로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인과 같이 구강기능의 완전한 회복 보다는 섭식과 위생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진료의 연속성이다. 한명의 환자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고,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의 지속적인 진단, 이에 따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수록 치과의사에 의한 지속적인 예후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원석 원장은 “통합돌봄 시행으로 치과 영역의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안다.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해 많은 치과의사들을 참여시켜야 할 텐데, 현실은 수가만으로는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오후 진료를 하루 비우고 나간다고 했을 때 치과에서의 수입을 수가로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한두 번 봉사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한명 당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환자 수, 통합돌봄 제도에 참여하는 마음가짐, 진료의 어려움 등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관련 교육이 선행돼야 하며, 수가 외적으로 치과의사의 참여를 이끌어 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를 발굴하고 의료인과 연계·관리하는 지자체 공무원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의과의 재택의료 시범사업 수가를 살펴보면 의원급 기준으로 의사 월 1회, 간호사 월 2회 방문관리, 사회복지사 연계 관리를 포함한 방문진료료가 13만원(회당), 재택의료기본료가 14만원(인당/월) 수준. 침습적인 처치가 기본적으로 수반되는 치과치료에 있어서는 클리닉에서 진료했을 경우의 수익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방문진료가 활성화 돼 있는 일본의 경우 의과 의원급을 기준으로 외래 환자 5명과 방문 진료 환자 1명의 수가를 같은 정도로 맞춰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치과진료 시범사업의 근거가 될 ‘방문치과진료 수가 체계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강경리 교수(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대한노년치의학회 부회장)에 따르면 방문치과진료 수가 책정에 있어선 술자의 이동거리, 클리닉에서의 진료를 포기했을 때의 기회비용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재가환자 진료 경험이 있는 치과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은 주치의 개념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근거리에 거주하는 일반 외래환자가 나이를 들며 재가환자로 전환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이어가는 개념이 자연스러운 통합돌봄 제도 정착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사회에서 노인 환자 방문치과진료에 나서고 있는 박인필 원장(살림치과·대한노년치의학회 기획이사)은 “장기적으로 자신의 환자를 재가 상황에서까지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기관들에 대해 수가 외의 지원과 혜택, 대국민 홍보가 이뤄지면 참여하는 치과들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