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5일 방한하여 짧고 굵은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글을 쓰는 오늘, 6월 9일 출국하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주식시장 등 경제권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가히 AI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고민의 경중은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AI를 사용하다 보면 똑똑하기 그지없지만 문제점 또한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성평등과 관련한 이슈이다. AI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과거의 데이터 자체가 이미 기존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AI가 내리는 객관적이라고 믿는 의사결정이 데이터 습득 과정에서의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특정 성별이나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존(Amazon)이 개발했던 AI 서류 필터링 시스템의 사례이다. 아마존의 AI는 지난 10년간 제출된 이력서 데이터를 학습했고, 당시 전 세계 테크 기업의 특성상 합격자 데이터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었다. AI는 ‘남성 지원자가 더 적합하다’고 왜곡된 학습을 했으며, 그 결과 이력서에 ‘여성(Women’s)’이라는 단어(예: 여성 동아리 활동, 여성 대학 졸업)가 포함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점수를 감점하는 오류를 범해 결국 시스템이 폐기되었다.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하고 디지털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 AI 모델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성별·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참여해 데이터 세팅의 편향성을 필터링해야 한다. 또한 성인지적 알고리즘을 검증해야 하며, AI 시스템을 도입할 때 사회적·성별 영향 평가(Gender Impact Assessment)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공지능(AI)이 의료 전반의 패러다임도 변화시키고 있다. 진단 보조 시스템, 디지털 영상 분석, 환자 맞춤형 치료계획, 원격의료와 데이터 기반 예방의학까지 치과계 역시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AI 시대는 전문직의 역할과 리더십, 그리고 조직의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묻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유엔(UN), 그리고 여러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존재하는 편견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윤리학자들은 “AI는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가치와 편향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의료 AI 개발 과정에서 여성, 고령자, 장애인,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진단 정확도와 치료 권고 과정에서 새로운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시대의 성평등을 위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치과의료 리더십 구축이다. 과거 여성 전문가 단체의 주요 목표가 여성의 참여 확대였다면, 이제는 여성 리더십을 통해 조직 전체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젊은 치과의사, 경력단절 후 복귀한 치과의사, 지역 개원의, 공공보건 분야 종사자, 연구자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성은 단순한 대표성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 현대 조직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실제로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조직일수록 혁신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둘째, 형평성(Equity)의 관점에서 여성 치과의사의 생애주기별 성장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평등(Equality)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형평성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성 치과의사들은 임신·출산·육아와 경력 발전이 겹치는 시기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전문직 경력 형성 과정에서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의 의료전문직 단체들은 최근 멘토링, 유연한 교육 프로그램, 경력 재설계 지원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한여성치과의사회가 여성 치과의사의 경력 전 주기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기반 교육 시스템과 온라인 학습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면 지역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원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한여성치과의사회가 AI 시대의 성평등 의제를 선도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현재 의료계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 리더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2024년 기준 여성치과의사의 비율은 30%에 육박하며, 신규면허취득 치과의사 중 여성의 비율은 45%에 이르고 있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임원 중 여성비율은 10%대 초반, 11개 치과대학병원장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으로 기술 역량과 다양성 기반 리더십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대한여성치과의사회는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에 머무르지 않고 치과계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리더십 교육과 정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AI 활용 가이드라인, 디지털 윤리, 환자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의 공정성 등 미래 치과의료가 직면할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전문직 단체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전문가의 가치는 기술 그 자체보다 공감과 돌봄, 윤리적 판단 능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구강건강 관리, 장애인 치과진료, 취약계층 구강보건 향상과 같은 영역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에이미 웹(Amy Webb)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인간다움을 확장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성 치과의사들이 가진 소통 능력과 돌봄의 경험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대한여성치과의사회가 그동안 진행해 온 봉사활동과 함께 수행해 온 정책 제안, 연구, 교육사업 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여성치과의사회는 ‘여성의 권익 보호 단체’의 역할과 함께 ‘미래 치과의료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 공동체’로 정체성을 확장해야 한다. AI 시대는 성별만을 기준으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오히려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실현하는 리더십이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출발점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치과의료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치 창출이 조직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결국 대한여성치과의사회의 미래 과제는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과 윤리,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성공한다면 대한여성치과의사회는 미래 치과계의 혁신과 포용적 발전을 이끄는 대표적인 전문가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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