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응대와 직원 관리, 경영 부담, 심화되는 개원 경쟁이 맞물리면서 개원의의 고립감이 단순한 피로를 넘어 번아웃과 직업적 정체성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원의의 고독감과 번아웃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와의 유대감이 제시돼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개원의는 진료실 안에서는 의료인으로, 진료실 밖에서는 경영자이자 인사관리자, 환자 대응까지 혼자서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개원의의 부담을 나눌 구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인데, 개원가는 대부분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돼 원장이 최종 책임을 홀로 떠안는 경우가 많고, 진료 중 발생하는 환자 불만, 직원 갈등, 매출 하락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반복되지만 이를 터놓고 상의할 대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불경기로 치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A 원장은 “환자 컴플레인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은 결국 나”라면서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들 간에 마찰을 중간에서 중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엄청 심했다. 그렇다보니 스트레스를 기본적으로 달고 있다. 요즘에는 경기가 더 안 좋아 경영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직원들은 하하호호 웃으면서 대화하는 것을 보면 마치 남 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A 원장은 이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원장들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우울증이나 불면증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며 “한번은 스트레스가 극심해 공황장애가 와서 진료를 파트타임만 하고 나머지 환자 응대 등 운영을 직원들에게 맡겼더니, 내가 일하는 시간 때만 치과를 열더라. 무심코 환자 응대 확인을 위해 CCTV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땐 배신감 마저 들어 폐업할까 고민했었다”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전했다.
B 원장은 “원장은 항상 외롭다. 이렇게까지 외로운 직종이 있을까 싶다”면서 “고독감이 자주 온다. 원장은 선장처럼 홀로 판단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평소 점심시간에 근처 카페에 가서 혼자 있을 때도 많다”며 고립감을 호소했다.
B 원장은 이어 “양쪽 다 좋은 사람이어도 화성인과 금성인처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개원한 원장에게 있어 직원은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는 아니니까, 아무래도 혼자서만 앓는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진상 환자 때문에 사람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병원 주차장에서 30분 동안 머물렀던 일화, 폐금을 빼돌린 직원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우울감 등으로 인해 일선 개원가에서는 관계론적 피로감에 따른 번아웃은 물론, 직업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 지역·지부 모임 통해 문제점 공유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지 ‘개원 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과정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최성석·이지원·임정준) 논문에서는 개원의의 번아웃을 낮추는 요인으로 ‘동료와의 유대감’에 주목했다. 치과의사 선·후배 동료와의 유대감은 단순한 친목을 넘어, 같은 직역 내에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가 개원의의 고립감을 완화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논문에 따르면 동료와 선배들은 개원의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존재였으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 진료 조정, 인력 관리와 관련된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했다. 아울러 이러한 상호 교류는 개원의들이 자신의 문제를 개인의 무능이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을 완화하고, 개원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식하게끔 도와줬다.
그 결과, 개원의들은 고립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이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경험했다. 이에 정서적 안정이 회복되면서 개원의들은 환자를 치료 과정의 동반자로 다시 인식하게 됐으며 두려움 또한 점차 완화됐다. 아울러 이 과정은 번아웃 이전 상태로의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개원 현실을 통과한 이후 형성된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문직 정체성의 재정립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선 개원가에서는 개원 선·후배, 동료와의 적극적인 지지가 정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 원장은 “지역 동문 모임이나 지부 모임 같은 곳에 나가면, 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척하며 척 서로 이해하니까, 그런 면에서 많이 힘을 얻는다”며 “여자 원장들끼리 모이는 모임에서는 또 남자 원장과는 다른 여치들만의 고충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모임이 정서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용현 전 대한심신치의학회 회장은 그간 일상 속 어려움들을 이겨내온 일화에 대해 “지금도 종종 아주 친한 선배로부터 문제 해결의 조언을 받고, 위로를 받곤 한다”면서 “그래도 본인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 스트레스라면,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고, 우울하다면 항우울제의 도움을 적극 받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