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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

스펙트럼

 

나는 프로이자 동시에 아마추어이다. 프로 치과의사이면서 아마추어 비올리스트이다.


소소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비올라에 꽤 진심인 편이다. 대학 들어와서 처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올라를 시작하고선 악기를 놓아본 적이 없다. 근 30년 동안 비올라에 대한 짝사랑을 멈춰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짝사랑이란, 애초에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짝사랑이 아닌가. 이루어질 거였으면 내 마음을 그쪽에서 눈치 채자마자 진즉 쌍방이 되었겠지. 그 말인즉슨, 20년이 지나 30년이 다 되도록 레슨받고 연습하고 징징대도 아름다운 음악은 항상 저 멀리 있다는 말이다. 나의 존경하는 레슨선생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칭찬해주시지만 한참 멀었다는, 택도 없다는 입장에는 단호하게 변함이 없으시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진도가 나아가지 않을 때에는 정말 의기소침해진다. 가족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하고, 삐져서 며칠 연습을 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앙탈을 부려봤자 더 사랑하는 내가 질 수밖에. 다시 숙이고 들어가서는 악기를 꺼낸다. 어느새 몰입하여 연습하는 나를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오케스트라 동아리 공연이 있었다. 마지막 연습날까지 손가락이 안 돌아가고, 박자도 어려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본 공연때는 어찌나 집중했는지 지휘자 선생님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노려보며 수퍼 파워를 발휘하여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본 무대에서 최대 기량을 선보였으니 그 희열과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누구는 우리의 연주가 대단하다고 하고, 누구는 한참 모자란다고 한다. 아마 칭찬은 노력에 대한 것이고, 혹평은 음악 자체에 대한 것이겠지. 하지만 우리 아마추어들은 무대에 서는 것이 항상 감격스럽고 기쁘다.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엄청난 도파민이다. 수동적으로 돌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그때는 정말 살아있음을 느낀다. 완성도와 상관없이 그저 연주하는데서 느끼는 순수한 기쁨이라니. 이것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의 특권인 것 같다.


지지부진한 비올라 연습을 하다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치과의사로서 나도 이렇게 기본기를 묵묵하게 반복 연습하던 시절이 있었던가. 학교 다닐 때 끝도 없이 계속 시험을 보고, 실습을 했던 것 같은데, 동기들과 다같이 어영부영 휩쓸려 지내서 크게 고생인 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가슴이 벌렁벌렁하게 떨리던 대구치 엔도를, 크라운 프렙을, 발치를, 임플란트 수술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면 나름 치열한 연습생 시절을 보냈었나보다. 지금까지도 별 생각 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진료하고 있으니, 나도 내 분야에서는 나름 당당한 프로페셔널인가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올라로 상처받은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분이다.


나의 안타까운 연주 실력과는 상관없이, 프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을 때의 나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유명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고 와서는 오늘 좀 별로였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음악 한답시고 악기 좀 들고 다니는 나도 이렇게 경박하기 짝이 없는데, 치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환자들은 나를 얼마나 쉽게 평가하겠나 생각하면 사뭇 아찔하다. 새삼스레 오늘 나의 진료 퀄리티는 어땠나, 말투는 상냥했나 돌아보게 된다. 또 환자들이 나의 정성을 알아주기는 할까 불안하기도 하다. 이렇듯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시달려 마음이 지치면, 또 내 맘대로 멋 부리며 악기 연주를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못하면 어때 나만 좋으면 되지. 이래서 취미가 필요한가 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