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AI 이야기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진단을 돕고, 상담방식을 바꾸고, 행정 업무를 줄여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막연해질 때가 있다. 너무 거대하고 빠른 변화처럼 느껴져, 나와는 조금 떨어진 이야기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컴퓨터나 프로그래밍과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직접 코딩을 해왔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논문도 다수 발표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에는 나름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AI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다. 이미 치과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 자신이 그 흐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호기심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내가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내게 전환점이 된 것은 아들이었다. 대학생인 아들이 A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AI를 대단한 기술처럼 어렵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게임을 만들고, 시험 준비를 위해 복잡한 내용을 AI로 정리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물어보고 만들어보고 고쳐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전 세대가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찾아 배우고 사용했다면, 지금 세대는 자기에게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에게 30분 정도 AI를 이용해서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직접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보았다. 놀라운 것은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결과물의 수준이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었고 수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내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기능이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작동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험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때 가슴으로 깨달았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무엇을 경험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점이다. AI는 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을 말로 풀어내면, 그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바꾸어주는 도구에 가깝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설명할 수만 있다면, 나의 경험을 녹여낸 작은 도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점은 특히 경험이 많은 선배 치과의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나는 디지털을 잘 모른다”, “요즘 기술은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오히려 오랜 임상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환자를 보며 쌓아온 판단력, 상담의 감각, 치료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AI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할 때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자산이다. 그 경험을 말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AI는 그것을 정리하고, 구조화하고, 도구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AI는 주도권을 되찾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요즘 젊은 치과의사들은 경쟁이 심한 환경 속에서 개원, 경영, 마케팅, 환자 관리, 직원 교육까지 많은 문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 불안은 때로 외부 업체나 정해진 솔루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든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방향을 외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내 치과의 색깔, 내가 만나고 싶은 환자, 내가 잘할 수 있는 진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치과의사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AI를 활용하면 홈페이지 문구, 환자 안내문, 블로그 글의 방향, 상담 흐름, 직원 응대 매뉴얼 등을 직접 구상하고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주도권이다.
결국 AI 시대의 격차는 단순히 나이나 컴퓨터 실력에서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직접 써보았는지, 내 문제를 가지고 AI와 대화해보았는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았는지에서 차이가 생긴다. 설명을 듣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다르다. 스마트폰이 설명서가 아니라 사용 경험을 통해 생활의 일부가 되었듯, AI도 마찬가지다. 결국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첫걸음은 대단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AI 앞에 꺼내놓고 직접 활용해보는 데 있다.
그 한 발자국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한 발자국을 내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앞으로 점점 커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멀리서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내 문제 하나를 가지고 직접 경험해보는 일이다. AI 시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첫걸음은 그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을 가지고 그 변화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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