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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구강관리’, 누가 만들었을까?

소종섭 칼럼

안녕하세요, 평론으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대한노년치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집필위원 추천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 노인치의학을 공부하고 학회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기회되는대로 나눠보려 합니다.

 

올해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다. 15조 보건의료 항목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방문진료(1호)와 나란히 6호로 ‘방문구강관리’라는 여섯 글자가 들어 있다. 다른 항목들은 근거 법령과 제공 주체가 또박또박 적혀 있는데, 6호만 정의도 주체도 없이 덩그러니 있다. 궁금해서 입법 과정을 뒤져봤다. 2023년 12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관련 법률 5건에는 방문구강관리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이듬해 2월 29일 본회의에, 정춘숙·전재수·신현영·최영희·최재형·최종윤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각각 발의한 7건을 통합 조정한 대안이 상정돼 그대로 통과됐다. 즉 이 여섯 글자는 마지막 통합·조정 단계에서 새롭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제안이였을까, 어느 의원의 혜안이었을까, 아니면 부지런히 뛰었던 치과위생사협회의 성과였을까,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아직 시원한 답을 못 찾았다.

 

사실 비슷한 궁금증을 10년 전에도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치과는 요양시설 촉탁의 제도에서 아예 배제돼 있었다. 대한노년치의학회가 이 문제를 풀어보려 부지런히 움직이던 무렵,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시설이 아닌 재가(在家) 노인에게는 이미 2008년부터 치과위생사가 방문해 구강위생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점은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만들어질 당시 치과계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구강위생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필자 역시 노인치의학을 공부하고서야 흡인성 폐렴 예방을 위해 구강위생관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치과계도 모르는 사이, 이 조항은 이미 법 안에 들어와 있었다. 간호나 보건정책 쪽에서 예방의학적 근거를 들어 밀어 넣은 걸까, 일본 개호보험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딸려 온 걸까? 누군지 모를 그 분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여전히 그 경위가 궁금하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렇게 애써 만들어진 조항이, 지금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재가 구강위생을 실제로 제공하는 치과위생사는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이유는 이렇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는 치과위생사가 움직이려면 치과의사의 지시서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는데, 치과의사가 직접 방문해 지시서를 쓰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가는 몇 만 원 수준이다. 아무도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시서 없이도 하게 하자”가 답이 될 순 없다. 간단한 구강위생처치도 감염 위험이 높은 전신질환자, 심내막염 고위험군,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구강위생관리 과정에서의 삼킴 문제로 인한 흡인성 폐렴의 발생 등의 위험은 일본방문치과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치과의사의 평가와 처방 없이 단지 “행위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서비스만 넓히는 건, 접근성이 아니라 위험을 확대하는 일이다. 즉 이 조항이 죽은 건 안전장치가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 안전장치를 지탱할 재정 구조가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돌봄통합지원법의 방문구강관리도 같은 길을 걸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정의도 없고 제공 방식도 정해진 게 없는데, 정작 치과계는 아직 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사업은 우리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시작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구강보건의 날 행사에서 2025년 보건소 기반 방문구강건강관리 시범사업 성과를 홍보하며, 그 근거로 돌봄통합법의 ‘방문구강관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기존 노인방문건강관리사업과 구조가 비슷하다. 지자체 예산과 보건소 인력에 기대는 방식이라, 지역사회 거동불편 노인의 구강 문제에 다가가기엔 태생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돌봄통합지원법이 다루는 영역은 크게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돌봄 네 가지다. 보건소 방문구강건강관리는 이 중 건강관리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방문구강관리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 체계 안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의과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서 방문간호를 운영하는 방식은 참고가 된다. 의사가 방문진료를 시행하고, 그 진단과 치료계획을 기반으로 방문간호가 제공되는 구조이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함께 방문하고, 방문진료를 통해 평가와 진단이 이루어진 뒤 지속적인 구강관리가 제공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방문구강관리를 먼저 세우고 나중에 치과의사의 역할을 끼워 넣으려 하면 늦다. 치과의사의 방문진료 자체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그 위에 방문구강관리가 설 수 있다. 의과 재택의료 시범사업에서 의사의 방문에 별도의 방문진료료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고, 그 진단과 처방 위에 방문간호가 얹히는 것과 같은 순서다. 치과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진단과 평가 없이 관리부터 시작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안전의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진단 체계가 아예 없으면 관리는 기댈 곳이 없어 또 사문화된다.

 

그래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방문구강관리를 정의하고 도입 방안을 짜는 일이며, 첫걸음은 방문치과진료를 시범사업으로 먼저 세팅하는 일이다. 순서를 바꿔 방문구강관리부터 세팅하려고 하면 현재 장기요양급여의 방문간호(구강위생관리)의 구조와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방문진료가 먼저 뿌리내려야 그 위에 얹히는 구강위생관리도, 방문구강관리도 지속 가능해진다. 이 순서를 정하는 것이야말로 치과계가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할 지점이다.

 

방문치과진료와 방문구강관리는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전자는 토대이고 후자는 그 위에 구축되는 행위이다. 정부는 아직 두 용어의 개념과 역할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치과계 언론조차 “방문”이 붙으면 다 같은 말인 줄 알고 두 용어를 섞어 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이 제도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작동하지 않는 조문으로 굳어버릴 수 있다.

 

2008년의 구강위생관리, 누군가의 혜안으로 만들어졌으나 작동되고 있지 않다. 2026년 ‘방문구강관리’,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치과계가 움직여야 할 때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