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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쳐야 손뼉

스펙트럼

광주로 이주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광주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의 첫돌을 무사히 보냈고, 예방치과 진료실이 다시 문을 연 지도 1년을 맞았습니다.

 

싸목싸목. 전라도 방언으로 ‘조금씩, 천천히’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제가 준비해 온 것은 장애인 구강건강 관리에 특화된 진료실이었습니다. 계속구강건강관리를 받는 환자가 하나둘 늘어갔고, 이제는 하루에 한두 명씩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이 진료실을 찾습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리고 있던 진료실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았습니다. 연구를 수행하며 장애인 치과의료에 관한 공부를 더해갔고, 이와 별개로 진행되는 2차 시범사업 모집에 저희 병원도 지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특수관계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에 병원의 신청 과정에 관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병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보조금을 비롯한 당장의 실익이 크지 않더라도, 장애인 구강진료를 수행하는 공인된 기관으로 지정받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의견이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 듣고, 센터 지정을 내심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차 시범사업 모집이 종료된 직후,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총무팀에 저희 병원 지원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모집 공고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청으로, 시청에서 각 보건소로 내려온 공문이 정작 최종 목적지라 할 수 있는 개별 의료기관에 전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의 내용과도 직접 맞닿아 있었기에 경위를 확인하고자 보건소에 문의했고,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 답변을 들은 저는 그날 오후 내내 화를 삭이느라 힘들었습니다.

 

물론 여러 정책연구를 수행하며 보건소에 내려온 공문이 의료기관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일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등록장애인 가운데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의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이고, 장애인의 치과 접근성은 오히려 최저 수준에 가까운 이 지역에서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고민하여 떠올린 해결책이라고는 결국 ‘읍소’뿐이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우리 지역의 장애인 현황을 설명하고, 왜 이 지역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대단한 진상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진상이 무서워서라도 다음 공문은 정확히 보내주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자괴감은 덤이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손뼉 소리가 난다는데, 한 손바닥만 허공에 휘둘러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학술도 연구도 중요하지만, 실무를 더 알아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디에라도 부딪혀 소리를 내보려 합니다. 실무와 정책의 전달 과정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서, 결국 진상이 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