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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 미움보다 원칙을

Editor Column

치의신보 편집인을 맡고 나서 신문을 예전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매주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들은 그때그때는 지나가는 소식처럼 보이지만,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펼쳐보면 그 시대 치과계가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요즘처럼 치과계 안팎에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그 기록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진다.

 

『맛지마 니까야』의 「아바야 왕자 경」에는 말에 관한 인상 깊은 가르침이 있다. 부처님은 단순히 ‘사실이면 말한다’고 하지 않았다. 거짓된 말은 하지 않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롭지 않다면 삼가며, 사실이고 이로운 말이라면 상대가 듣기 불편해하더라도 말해야 할 때를 살핀다고 했다. 그 바탕에는 상대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신문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치의신보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기관지다. 협회의 정책과 회무를 회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치과의사의 권익과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치의신보의 중요한 책무다. 동시에 기사 한 줄이 남기는 무게를 생각하고, 확인해야 할 사실은 한 번 더 확인하며,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일은 섣불리 예단하지 않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지금 치과계에는 여러 법적 다툼과 이해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 사이에서 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마련해 놓은 정당한 해결 절차다. 소송이 시작된 상황에서 무조건 다시 마주 앉아 대화하라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치고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을 받는 과정 역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는 구별했으면 한다.
치열하게 다투는 것과 상대를 미워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법구경』에는 원한은 또 다른 원한으로 사라지지 않으며, 원한이 아닌 것으로 비로소 그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것을 잘못을 눈감아 주거나 원칙을 포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감정과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을 구분하라는 말로 생각한다.

 

법적 다툼이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원칙에 따라 다투면 된다. 잘못된 주장에는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협회의 권익이 침해된다면 당당하게 방어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면 그 결과 또한 제도 안에서 받아들이며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다툼이 끝난 뒤에도 사람에 대한 미움까지 대물림하며 또 다른 갈등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남는 것이 너무 적다.

 

반대로 화합이나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맞서야 할 일까지 외면해서도 안 된다.
불법·편법적인 의료행위, 허위·과장 광고와 부당한 환자 유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의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있다면 협회는 더욱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성실하게 진료하는 대다수 회원들이 피해를 보고,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간다면 그것은 개인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치과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만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행위와 잘못된 제도여야 한다.

 

감정으로 싸우면 또 다른 감정이 남지만, 사실과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면 최소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것이 전문가 단체가 지켜야 할 품격이라고 생각한다.

 

치의신보도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다. 협회의 정책과 노력을 충실히 알리고, 회원들이 진료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놓치지 않으며, 국민과 환자를 위해 반드시 알려야 할 사실이라면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외면하지 않는 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몇 년 뒤 누군가 오늘의 치의신보를 다시 펼쳤을 때,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만 남아 있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시대의 치과의사들이 무엇을 지키려 했고, 어려운 갈등 속에서도 어떤 원칙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했는지가 함께 보였으면 한다.

 

미움은 내려놓을 수 있어도 원칙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싸워야 할 때에도 우리는 원칙으로 싸울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치과계에 필요한 자세이며, 치과계의 오늘을 기록하는 편집인으로서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