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1등 치과’, ‘추천 TOP10’ 등 지역별 치과 순위를 매기는 민간 사이트가 최근 잇따라 등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의원을 임의로 비교·추천하는 민간 서비스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정부 공공데이터와 포털 리뷰를 자체적으로 점수화해 ‘1위’를 제시하고, 이 정보가 향후 AI의 치과 추천으로 다시 활용될 가능성까지 생겼다는 점에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환자가 추천 치과를 실제 진료 수준이나 안전성까지 검증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A사이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공개한 전문의 수, 의료장비 보유 대수와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포털 리뷰를 자체 기준으로 점수로 나타내 치과 간 순위를 매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점수와 순위에 실제 치료 결과나 환자안전 이력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해당 사이트가 서울 강남구 임플란트 진료 치과 530곳을 자체 기준으로 평가해 제시한 상위 10곳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된 한 대형 저수가 치과가 1위에 올라 있다.
해당 치과에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 임플란트 시술 과정에서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지고, 최근에는 지난 3년간 해당 치과에 119구급대가 22차례 출동하고 이 가운데 13명이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18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받은 바 있다. 민간 랭킹이 반영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부 사이트들도 이런 한계를 일부 인정한다. A사이트는 “순위는 진료 실력의 순서가 아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유사한 B사이트 역시 “치료 실력을 평가한 순위가 아니다”라고 면책 문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예비 환자가 접하는 화면에서는 ‘추천 TOP10’, ‘BEST 5’, ‘1위’ 등의 표현이 전면에 노출된다. 환자가 이를 의료기관 간 우열이나 추천 순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사이트는 심평원의 공신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C사이트는 지역별 치과 추천 페이지 상단에 ‘심평원 인증 정보 기반’이라고 표시하고, 역시 포털 리뷰와 심평원 전문의·장비 정보 등을 종합해 치과를 비교·추천하고 있다.
# 정부 데이터 활용, 의료광고 규제 한계
심평원은 이런 민간 랭킹 사이트를 별도로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심평원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누가 데이터를 가져가 이용하는지 개별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출처 표시가 전제된 공공데이터는 민간에서 재가공·활용할 수 있다. 또 공공데이터 정책이 적극적인 개방을 지향하는 만큼 특정 민간 사이트의 이용만 막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광고 규제로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유사 민원이 접수돼 검토한 적이 있지만, 의료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민간 사업자가 치과를 1~10위로 나열했다는 사실 만으로 의료법상 의료광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복지부나 지자체가 해당 순위를 직접 내리도록 할 법적 권한은 없다. 사이트의 허위·유해정보 등으로 권리가 침해됐다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을 통한 권리구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다만 의료기관이 사이트 운영에 관여하거나 광고비·제휴비 등을 지급해 상위 노출을 유도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치협도 환자의 오인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시택 치협 법제이사는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객관적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치과를 상위 치과로 추천하는 행위는 환자에게 해당 병원이 객관적으로 우수하다는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전문의 수와 CT 보유 여부 등은 의료기관의 규모나 설비를 나타내는 정량적 지표일 뿐이며, 포털 리뷰 수도 마케팅이나 이벤트 등을 통해 늘릴 수 있다. 이것이 숙련도나 윤리성, 임상적 우수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러한 민간 랭킹 사이트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검색 결과에 노출된 사이트를 직접 찾아봤다면, 최근에는 챗GPT·제미나이 등 AI를 통해 특정 치과를 직접 추천 받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웹상의 민간 랭킹 정보를 검색·참조해 ‘○○지역 임플란트 1위’라는 결과를 반복, 재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 이사는 “생성형 AI가 웹상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이런 민간사이트의 객관성 없는 데이터까지 학습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AI가 특정 치과를 추천하는 잘못된 왜곡이 발생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의료정보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법적인 순위 책정, 거짓 정보 제공, 환자 유인 정황이 포착되는 사설 플랫폼에 대해서는 복지부 고발과 수사의뢰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