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원고에서 예방치과 전문진료에 대해 언급하며 치은부종이 있는 부위는 스케일링 후 어금니칫솔을 권장한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개원가의 실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제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막상 글을 접한 분들로부터 적잖은 질문을 받으며 고민한 내용으로 조금만 더 주제를 넘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예방진료를 ‘(쓸모없는) 프로그램의 운용’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예방전문 프로그램의 사용을 마냥 지양할 수만은 없는 것이 제 입장이지만, 필수 요소라 하기에는 현실과의 괴리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보다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예방진료를 개원가에서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국가구강검진 및 치석제거술의 활용일 것입니다. 여기에는 ①국가구강검진 ②치석제거 ③이후 치료과정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가 자가구강관리를 단계별로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과정마다 간단한 부가절차가 요구되는데, 국가구강검진시 치석제거의 필요성만을 짧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치면세균막의 자가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치석제거 이후 TBI를 간단하지만 필수적인
예방치과 전공의 2년차의 예약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수개월 단위로 정기관리를 받는 분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6개월, 구강건강에 대한 중등도의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경우는 3~4개월, 장애 등으로 인해 높은 위험도를 가진 경우 1개월 단위로 약속이 이루어지고, 이후 그 개선 여부에 따라 관리 주기가 변경되는 구조입니다. 정기관리 환자가 누적되면서 조금이나마 축적된 노하우에 대해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하고자, 다소 건방진 제목을 정해보았습니다. 우선 상황을 한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40대 여성이,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스케일링 한번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치과에 내원했습니다. 구강검사를 해보니 하악 전치부 설측의 치석과 전반적으로 경미한 수준의 치은부종이 관찰됩니다. 이 경우 대개는 치석제거부터 치근활택까지 이어지는 치료 계획이 수립될 것입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체크 또는 1년 뒤 치석제거가 다시 급여 가능할 때에 재내원 해주기를 기대하며 환자를 돌려보내겠지요. 예방치과적인 관점으로 볼 때, 여기에는 몇 가지 과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우선 치석제거 직후의 자가관리 방법에 대한 조언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어금니 칫솔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제게는 외조부께서 돌아가신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임종이 좋을 이유가 있겠습니까마는, 많은 분이 ‘호상’이라 표현하는 죽음이었습니다. 아마 자손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구순에 이르러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병치레가 거의 없으셨고, 무엇보다 입원 이후에도 짧은 기간 병시중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한 상황에서 자녀들이 임종을 지킬 수 있었기에 더욱이 그 마지막이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할아버지는 엄청난 고집쟁이였습니다. 한번 고집을 부리시면 어떤 말로 만류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는데, 특히나 젊음을 되찾는 일에 더 각별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젊음의 묘약을 종류별로 사 모으는 것은 기본이고, 온갖 광고에 나온 병원을 찾아다니며 굽어진 허리를 똑바로 펴게 해줄 화타를 찾아 헤매기 바빴습니다. 이런 할아버지가 다단계 아주머니들에게는 무척이나 귀한 고객이었겠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시로 호통을 쳐대는 진상 환자에 불과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뵈던 날도 제게 “병원 원장에게 가서, 나 모시기를 제 부모 모시듯 하라고 전해라.” 고 유언을 남기실 정도였으니까요. 한
예방치과 진료실에 내원하시는 분들의 덴탈 아이큐는 꽤 높은 편입니다. 치석제거의 필요성에서부터 치면세균막 관리의 이점 및 구강건강이라는 개념까지도 이해할 정도로 그 지식의 양과 질이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이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질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비를 검색해 오는 예민한 환자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정보를 잘못 검색하여 예방치과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개는 초진으로, 일회성 스케일링을 받고자 ‘스케일링 맛집’을 찾아온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치석을 제거한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구강건강관리에 관한 위험요인은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치석이나 아프지 않게 제거해 달라는 것입니다. 계속관리의 중요성을 납득시켜야만 하는 제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과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주로 활용하는 전략은, 치료가 시급한 개별 치아의 질환을 중심으로 우선 설명을 시작하고 그 원인을 천천히 짚어가면서 계속관리의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심한 우식증일지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쓸 때까지 쓰다가 뽑아버리겠다는 사고방식에 가로막히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의 최저가격이 꾸준히
감염병의 위협이 날로 극성입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사회 전반을 물들여가고, 무더위와 습기에 짜증마저 더해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수가 나타날 때까지는 말이지요. 제 경우에는, 4월로부터 한 차례 연기시킨 결혼식을 9월에는 반드시 진행하고자, 예비신부와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좋은 소식을 알리면서도 모실 수 없는 사정을 함께 전하며, 안부를 이어갑니다. 개원가 선배님들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치과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 여겨왔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령 환자들의 신뢰 감소, 직원들과의 불화와 같은 총체적인 어려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어려움은 치과의료계를 포함한 전체 의료계의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을 부지런히 좇아야만 할 텐데, 그 흐름의 방향성을 어찌 읽으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건강관리, 구체적으로는 사람 중심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개인을 건강증진 수행의 주체로 인정하여,
예방치과 진료실에서는 보통 환자의 주소(C.C.)가 특정 부위에 대한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구강위생 실천과 관련하여, ‘오른쪽 어금니 치간 칫솔 사용이 어렵더라’ 내지는 ‘알려준 양치질 방법을 적용하기 너무 귀찮더라’와 같은 내용을 그대로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자가관리 습관에 대한 조언을 반복해서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친근한 단어를 고르거나 적절한 억양을 사용하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각종 임기응변을 포함한 말솜씨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화된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환자와의 대화가 벅찰 때도 많습니다. 진료실의 오랜 내원객이 친근하게 늘어놓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내용을 연관하여 낚아채기에는 아직 제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령, “병원에 들어가 있느라 약속 날짜를 한 번 바꿨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병원에 갔던 것인지, 특정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져 구강위생 관리의 실천이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를 살피는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환자가 언급한 내용의 이면까지를 충분히 인지하는, 주소(C.C.) 인지 감수성을 기르는 데에 차트 리뷰가 중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 일터의 내원객도 무척 줄었습니다. 예방치과 진료 특성상 에어로졸 발생의 위험이 큰 초음파 스케일러나 에어플로우를 사용하다 보니 대부분의 약속이 취소되는 것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각종 진료 프로토콜을 정리하고 재료를 정비하는 데에 시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년차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 지인들도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부족하나마 각자 새로 알게 된 내용을 SNS 대화방에 공유하며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 각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술기가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마치 학예회를 하듯 누가 누가 잘하나 뽐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서로의 술기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분석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다만, 아직 대부분이 혀를 내두르는 술기 외적인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환자를 대하는 방법입니다. 한번은 매서운 환자로부터 된통 당한 동기가 단체 대화방에 울분을 토한 일이 있었는데, 물꼬가 트였는지 너도나도 유사한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과잉진료를 당했다며 따지고 드는 환자부터 의료분쟁으로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보호자까지, 마치 ‘진상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
엄중한 시기에 스펙트럼 원고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쓰고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결정한 주제로, 이제 막 2년 차를 맞이한 신규 치의가 아닌, 13년 차 노숙인 상담원의 넋두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2008년도부터 노숙인 상담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이란 거창할 것 없이, 주로 야간 시간에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이 없나 살피는 정도의 일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다만 동절기에는 이러한 활동의 내용이 조금 변경됩니다. 최대한 넓은 지역을 빠르게 다니며 안부 대신 생존을 확인하고, 가지고 간 핫팩 등의 용품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대신 현실적인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볼멘소리를 듣는 일도 많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담배 한 개비 얻어 피며,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 다녀온 이야기, 오랜만에 가족과 연락한 이야기 등 온종일 아껴 둔 보따리를 풀었을 텐데, 짧은 인사만 남긴 채 돌아서는 모습이 야속했겠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저 또한, 친근하게 지내던 한 노숙인과 어색해져 버린 일이 있습니다. ‘노가다’를 뛰고 온 날에는 그가, 일이 없어 허탕을 친 날에는 제가, 돈을 내서 컵라면을 사 먹
인턴 말미에 이르러 드디어 지망과에 정착을 했습니다. 국내에 몇 없는, 진료실을 갖춘 예방치과입니다.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종 재료부터 진료 장비, 의국 가구에 이르기까지 살림을 갖추느라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수련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에 선택이 이어집니다. 책상, 의자 등 의국 집기들을 결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진료에 사용할 재료의 종류를 고르고 각 성질을 비교합니다. 로컬에 있는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하느라 카카오톡 메시지가 분주히 오갑니다. 핸드믹스 GI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누군가 한 마디 건넵니다. “이거 스태프들을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우스개로 가볍게 건넨 이야기에는, 재료의 선택에 앞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분주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여건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속뜻이 있었습니다.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또 다른 선택의 기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련 특집을 방영하여 유명해진 바 있는, 한 철학자의 말입니다. 당시 방송을 보면서는 그저 웃기 바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