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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가협상 개시…유형별 불균형 우려 난항 전망

초유의 사태 직면해 새로운 변화 시도 요청
마경화 협상단장 “과감한 선택으로 위기 극복”
치협 “진료 유지 임계치 임박” 재정 투입 호소

천민제 기자 기자  2025.05.15 22: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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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치과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치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지난 15일 서울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협상을 진행했다.


올해 치협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치협 보험 담당 부회장인 마경화 단장을 중심으로 김수진·설유석 치협 보험이사, 함동선 서울지부 부회장을 수가협상단으로 구성했다. 건보공단에서는 급여상임이사인 김남훈 협상단장,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박지영 보험급여실장, 전영숙 수가계약부장이 나섰다.


# “과감한 재정 투입 필요 시기”

이 자리에서 치협은 올해 수가협상이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며,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보 재정 측면에서 지난 2년간 보험료를 동결했음에도 여유가 남았다는 점을 들며 건보공단이 전향적으로 결단을 내려주기를 요청했다. 더욱이 치과 유형의 경우, 올해 SGR 모형 지표상 타당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힘줘 말했다.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은 “올해는 통상의 수가협상이 다 무너진 듯한 초유의 사태”라며 “지난 19년 수가협상은 틀에 박힌 걱정으로 밴드(추가소요재정)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래서 이번 의정 갈등과 같은 사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 단장은 “더욱이 올해는 기존 통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치과는 여러 혼란 속에 묵묵히 현장을 지켰는데도 정작 지표로 인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크게 우려스럽다”며 “올해만큼은 필요할 때 과감히 재정을 투입하고 유형별로 적정하게 분배하는 수가협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치협 협상단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는 한편, 올해 수가협상에 반영될 중점 요인을 설명했다. ▲지난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실적 하락과 그로 인한 유형별 균형 조정 난항 ▲2년 연속 보험료 동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구조 불안정성 증대 ▲비상진료체계 지원과 필수의료 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 투입 등으로 운영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지난해와 같이 금년에도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병원과 의원 유형 중심으로 저평가된 행위 항목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해 불균형한 보상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수가협상도 어렵겠지만, 상호 신뢰와 존중, 소통과 배려로 모두 윈윈(win-win)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30조 재정 흑자 적극 활용돼야
이날 1차 수가협상에서 치협은 밴드 적용을 이원화하는 ‘더블 밴드’ 방식 도입을 제안하는 등 상호 발전적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에도 치협은 기존 밴드 외 사각지대를 보강하는 ‘사이드밴드’ 제도 도입을 제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수가협상은 진통을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협상 후 브리핑에서 마경화 단장은 “지금으로서는 밴드는 합리적으로 커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유형 간 불균형 문제도 올해 전에 없던 특이 상황에 봉착한 것이기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한편, 올해 수가협상에서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자, 치협은 2차 수가협상을 앞둔 지난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건보공단이 축적한 30조 규모 재정 흑자분의 적극적 투입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치과와 각 유형에 적절히 분배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치협은 치과가 정부의 필수의료 중심 정책에서 소외돼, 제도적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실정인 데다 ▲과잉 공급 ▲불법 개설 치과 확산 ▲덤핑 치과 ▲수익 기반 악화 등 복합적 문제까지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또 여기에 ▲부정적 국내 경제 전망 ▲관리운영비 지속 상승 ▲의료분쟁 위험 증가 ▲감염관리비용 증가 등의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계상으로도 치과 침체 현상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의원의 소득신고율은 전년대비 1%p 하락했다. 또 영업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상회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협은 “치과는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의료분야”라며 “치과계 현장에서는 ‘진료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치과계는 소외되는 상황으로, 오직 환산지수 인상에만 기대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협은 “지난 2년간 보험료 동결에서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지속 흑자를 유지한 만큼, 2차 수가협상에서는 제2, 제3의 의료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공단, 재정위원회의 결단 있는 추가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점을 강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