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제 기자 기자 2025.05.31 08:22:32
2026년도 치과 요양급여비용 인상률이 2%로 타결됐다. 지난해 3.2%와 비교하면 1.2%p 하락한 결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의정 갈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보자면 오히려 실현할 수 있는 최대 결과를 도출해 냈다는 평가다. 이를 방증하듯 전체 유형별 협상 결과를 보면, 치과는 5개 유형 중 2위를 기록했다.
치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이하 수가협상)이 지난 5월 30일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됐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은 개시 전부터 대부분의 유형이 결렬을 예측할 만큼 극심한 난항을 예고했다. 의정 갈등 파동으로 수가인상률 우선순위 평가의 핵심 지표인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이 전에 없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추가소요재정(밴드)의 상당 부분을 점유해 온 병원 유형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며, 타 유형 협상에 큰 경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 수가협상 관행상, SGR 모형 순위가 곧 유형별 수가인상률 순위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탓이다.
더욱이 병원은 밴드 비중이 큰 만큼, 인상률도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번 수가협상을 제외한 역대 인상률을 분석해 보면, 병원 유형은 2009년(2%), 2013년(2.3%), 2019년(2.1%) 단 3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1%대를 기록했다. 이 탓으로 올해 타 유형의 위기감은 더욱 크게 팽창했다.
# 7시간 마라톤 협상 끝 합의 도출
실제 협상에서도 이 같은 우려는 적중했다. 치협은 5월 30일 오후 7시경 3차 협상에 돌입해, 타 유형과 순환하기를 반복하며 건보공단과 총 7시간에 걸친 마라톤 줄다리기를 펼쳤다. 그리고 자정을 넘긴 31일 오전 2시경 인상률 2%로 최종 타결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곱절의 시간을 소요한 셈으로, 그만큼 올해 협상 과정이 지난했다고 풀이된다.
이날 타결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부회장)은 “19번째 수가협상인데 (올해가) 가장 힘든 협상이었다”며 “생각지도 않은 외적 요인이 다수 발생해 기존과 달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마 부회장은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수가협상에서 치과 유형은 최악의 경우는 모면했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에 체결한 인상률은 6월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특히 치과는 이번 인상분이 시행되면, 상대가치점수당 단가 101.1원으로 100원대를 첫 돌파하게 된다. 아울러 이날 협상에는 박태근 협회장을 비롯한 치협 집행부가 수가협상단을 방문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 평균 인상률 1.93%, 모두 체결 8년만
특히 올해는 역대급 난항을 예측한 가운데에서도 7개 유형 전체가 타결하는 반전이 펼쳐졌다. 치과에 이은 타결 단체는 의원이었으며, 오전 5시 40분경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이로써 의원은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결렬의 연쇄를 끊었다.
이어 급물살을 탄 협상은 약국, 한의, 병원까지 잇달아 타결되며, 개시 후 12시간여 만인 오전 6시 50분경 모두 종결됐다. 전 유형이 타결하기는 지난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각 유형 협상 결과는 ▲의원 1.7% ▲한의 1.9% ▲약국 3.3% ▲병원 2% ▲조산원 6% ▲보건기관 2.7%다. 이 가운데 병원과 의원은 저평가 행위 항목에 투입하는 상대가치연계가 0.1%씩 포함됐다. 이에 따른 2026년도 평균 수가인상률은 1.93%이며, 밴드 규모는 1조3433억 원으로 형성됐다. 이 가운데 0.07%에 해당하는 515억 원은 상대가치연계에 투입된다.
이와 관련 올해 협상에 대해 건보공단은 의료 대란에 따른 어려움을 강조하는 한편 재정운영위원회(이하 재정위)의 부대의견을 통한 제도 개선 방안을 촉구했다. 특히 부대의견에서 재정위는 치과와 한의 유형에 대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등 수가 정책 지원 추진을 촉구했다.
재정위는 “2026년 환산지수 협상에 의사 집단행동이 미친 영향을 고려해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한 치과, 한의 유형에 대해 정부는 보장성 강화 등 수가 정책 지원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위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지불제도 마련 및 수가 결정구조 개선안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국고지원 법정 지원율을 준수할 것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 및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실효성 있는 비급여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김남훈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금년 수가협상은 의료대란에 따른 균형점을 맞추기 아주 어려워 코로나19보다 힘든 상황이었다”며 “협상은 필수의료체계 구축과 의료 인프라 유지, 가입자의 부담 수준과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진행됐으며, 합리적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