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가 萬事’라는 명언이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결국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운용을 잘 하는 것이 만사형통이라는 의미이겠다. 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제공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며, 능력중심의 적정한 보직분배를 적극 실시해야한다고 흔히 이야기들 한다. 그런데 우리 치과영역에서는 그런 이론대로 적용하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고학년이 되어 치과병원에서 실습을 돌기 시작했을 때 환자와 직원, 그리고 치과의사의 관계가 보일 때가 있었다. 보기에 흐믓한 좋은 관계들도 있었고 물론 그렇지 않고 불협화음이 생기는 상황도 간간히 보였다. 어떤 경우에는 병원에 오래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젊은 수련의와 다툴 때가, 또 어떨 때는 환자와 마찰이 생겨서 서로 인상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 광경도 발생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어서 진료를 시작하면 나의 위치에서 직원과 환자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지내는 그림을 그렸었다.
그 그림은 치과의료 시에 함께 협력하게 되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간호조무사), 리셉셔니스트, 치과기공사, 그 외 병원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직원 등 모두가 서로를 다른 역할을 맡은 동등한 직업인으로 인정해주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에 충실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임한다면 환자도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치과를 오가고 한마디로 둥근 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모습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그림의 어느 부분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윤활유 같은 치과의사가 되고자 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프로의식을 알려주면서, 물가로 함께 갈 수는 있지만 물은 스스로 먹는 우리가 되자고 친절히 알려주는 원장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만 돌아가지는 않았다. 나는 ‘원장과 직원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일상의 진료를 진행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원칙을 강조하며 지냈고, 일부 직원들은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의식 있는 직원들은 당장의 힘듦을 참아내면서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왼쪽을 쳐다보면 직원들 대부분은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환자와 병원을 위한 진심은 다 통할 줄 알았는데 그 진심이 지혜롭게 표현되지 못하면 오히려 가볍게 성의 없이 대하는 것보다도 더 그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병원을 떠나가는 직원들을 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직원들이 본인들의 일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율성으로 부여해주려고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회의나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제안하도록 했더니 그 과정이 너무 시간이 걸리고 힘겨워했고, 평소 진료 때에 원장이 원하는대로 하려면 환자를 위해서 챙겨서 할 일들도 너무 많아서 지내기 힘들다며 결혼, 이사 등의 개인 신상의 변화가 생기면서 하나 둘 씩 연속해서 병원을 떠나간 것이다. 대부분의 직원이 퇴사해서 절대적인 진료인원이 부족하니 내가 원하는 진료를 도저히 할 상황이 되지 못하고, 즐겁던 진료시간이 힘겹고 환자가 내원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졸업 후 25년이 넘게 환자를 돌봐드리며 사명과 꿈과 핵심가치를 중요시하며 그것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말로 열심히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지금까지의 지내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를 재설계하는 기회가 온 것으로 느끼고 있다.
“원장님께서 환자를 위하며 병원을 운영하시는 철학과 방법은 모두 옳은 것 압니다. 하지만 제가 그것을 따라가기가 힘듭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그만둔 직원의 말이 떠오르며, 아무리 좋은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표현되고 적용되는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면 주위의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 있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내가 추구하는 것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과 알려주며 떠나간 직원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다시금 원장과 직원, 그리고 환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원장
분당예치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