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칫솔 만들어 개도국 돕는 치과의사

  • 등록 2020.06.20 10: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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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활동 중 단발성 봉사에 한계 느껴 사회적 기업 활동 다짐
대나무 생산 농가서 수입해 현지 주민 경제 수준 향상 큰 도움
수년간 개발 실패 딛고 독자 설비 갖추고 FDA 등록도 이뤄내
<인터뷰>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

대나무로 칫솔을 만드는 치과의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다.


박 대표가 처음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국제구호활동을 펼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현지 어린아이들이 학업도 포기한 채 특산품인 대나무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목격한 그는 단발성 구호활동만으로는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박 대표는 현지 특산물인 대나무를 활용해 주민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그는 일회성이 높은 봉사활동 대신 사회적 기업(소셜 벤처) 형태의 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그는 치과의사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심했고, 불현듯 중국을 중심으로 제작·판매 중이었던 대나무 칫솔이 떠오른 것이다.


박 대표는 “중국의 대나무 칫솔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칫솔보다 품질도 낮을뿐더러,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부 소비자 외엔 대중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며 “이에 일반 칫솔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가진데다 가격도 저렴한 대나무 칫솔을 자체 제작해 현지의 수출 산업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주민들의 경제 수준 향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7전 8기 도전 끝 실리콘밸리 투자까지
커다란 꿈을 안고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야심 차게 법인을 설립하고 세계 최초의 대나무 칫솔 전용 식모기 개발에 착수했지만, 수년간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박 대표는 국제구호활동단체를 통해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못한다.


박 대표는 “대나무 칫솔을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나를 믿고 여기까지 함께해 준 동료들이 힘들어할 때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처럼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의 결과로 박 대표는 수작업에 의존하던 기존 대나무 칫솔 제작 시장의 한계를 극복, 압력 생산 방식을 개발해 생산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또 KC 인증 방습 및 독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FDA 등록까지 이뤄냈다. 그뿐만 아니라 박 대표의 대나무 칫솔의 가능성을 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목표한 빈곤지역의 경제수준 향상도 이뤘다. 박 대표는 베트남 탕호아 성 북서부 빈곤지역의 대나무 생산 농가 201가구로부터 약 110톤에 달하는 대나무를 수입했고, 그로 인해 현지 가구 월 소득을 64.2% 향상시켰다.
대나무 칫솔로 플라스틱 4827kg을 대체해 지구촌 환경 개선에도 기여했으며, 폐지수거를 생업으로 삼는 국내 노인들을 돕기도 했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도전의식과 즉흥성이 강한 편이었다. 대학도 정치학과와 영화학과 두 군데를 자퇴한 뒤 치대에 입학해 치과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며 “치과의사로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대나무칫솔까지 개발하게 됐다. 앞으로 치과의사이자 사회적 기업 경영자로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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