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관치료 하면 할수록 손해” 수가 너무 낮다

  • 등록 2020.07.19 0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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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수가의 30~40% 수준 자연치아 살리기 힘든 현실
최소 현행 두 배 이상으로 임플란트·브릿지 수가정도 맞춰야
진료 우선순위 엔도가 먼저…정부 인식 전환 나설 때 지적


“일반 개원의의 경우 근관치료를 한번 시작하면 진료에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다반사입니다. 수익적 측면에서는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죠. 최소 지금 수가의 두 배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원가에 엔도 전문가로 소문난 A원장이 근관치료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비단 A원장 뿐 아니라 근관치료를 바라보는 개원의들의 심정은 비슷하다. 환자를 위해 관심을 갖고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진료 분야지만 노력대비 수입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근관치료에 더 힘을 기울이는 것이 치과의사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는 B원장은 “필리핀도 대구치 엔도 수가가 30만 원은 한다고 하더라. 현재 3근관 치료 시 12만 원정도 하는 수가는 진료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비해 낮아도 너무 낮다. 근관치료는 러버댐이나 시린지 등 1회용품 사용이 많고, 치아에 따라 난이도가 일정치 않아 진료에 소요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당장 대구치 진료에 대한 행위료라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개원가에서는 근관치료에 대해 치과의사들의 열정에 비해 수가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낮은 근관치료 수가로 인해 임플란트나 브릿지 등 발치 후 보철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과장은 아니라는 것. 


# 미국 국내보다 44.8배 높아
한국의 근관치료 수가는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1.8배, 독일은 3.7배, 미국은 44.8배 수가가 높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호주의 경우도 근관치료 수가가 6000달러에 달한다는 전언.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다.  


이와 관련 국내 적정 근관치료수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료가 눈길을 끈다. 


대한치과보존학회와 대한근관치료학회가 치협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발표한 ‘근관치료 적정수가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 재료비 계상과 인건비, 기술력 환산에 의해 산출된 적정 근관치료 수가는 ▲1근관 치아 25만9627원 ▲3근관 치아 49만6638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방사선 촬영료와 마취료를 제외한 금액이며, 비급여인 코어 비용은 산정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현행 근관치료 수가는 초진료, 재진료를 고려하더라도 3회 시술 기준 산정된 적정 수가의 30~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 근관확대·성형 3회까지 인정을
또 해당 연구에서는 수가현실화를 위해 근관와동 형성 후 치수각 제거 및 치수강 세척, 근관 상부 및 협부 확장 추가 신설을 위해 초음파 기구 및 팁, 시술료 등의 재료대를 신설해야 하며, 근관장 측정 최소 3회까지 인정, 근관성형과 근관확대를 3회까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특히, Ni-Ti file 수가를 1근관 당으로 산정하고 수산화칼슘, EDTA 제재, 근관 특수 세척용액, 항생제 연고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도 제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개원가와 공직의 회원들은 현행 치아 하나당 근관치료 수가를 브릿지를 하는 경우나 임플란트 한 개를 식립했을 때 정도의 수가로 높여야 적극적인 진료에 대한 동기 부여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적으로 근관치료 항목에 해당하는 건보급여 예산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의 우선순위를 강조해 ‘자연치아 살리기의 중요성’을 정부가 공감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실력 있고 노력하지만 푸대접
김의성 연세치대 보존과 교수(치협 학술이사)는 “현재 근관치료 수가는 치과의사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너무 낮다.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의 신경치료 실력은 매우 높지만, 지금의 구조라면 신경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 보존과에서조차 근관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며 “그러나 근관치료를 통해 치아를 살리는 것이 환자, 그리고 치과의사들을 위해 더 좋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는 재근관치료 성공률이 81.8%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환자를 위해 가능한 근관치료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근관치료가 국민을 위해 더 필요한 진료라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자연치아 보존 관련 술식 연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확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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