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옥죄는 각종 규제법안 개원가 “숨통 막힌다”

  • 등록 2020.11.04 17: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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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처벌 강화 내용 즐비 국회·정부서 잇따라 제기
행정 부담 가중 국민적 불신 조장 “마치 범죄자 된 듯”

 

최근 국회와 정부가 잇따라 의료기관 관련 규제안을 예고하면서 ‘의료인 옥죄기’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타 전문직군과 비교할 경우 지나치게 의료인에게 가혹할 뿐 아니라 국민의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규제안들이 공정성 측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은 결과적으로 의료인들의 사기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어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진료의 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6월 초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상임위가 확정되자 의료인 규제 관련 법안들이 대거 쏟아졌다. 우선 지난 8월 말 발의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인 강제 동원법’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행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비축·관리해야 하는 재난관리자원은 장비, 물자, 자재, 시설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여기에 의료 인력을 비롯한 인적 자원을 포함하는 내용을 얹겠다는 취지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국정감사를 전후로 의료인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면허 취소에 대한 법안 발의가 줄을 이었다. 강도나 성폭행 등 특정 강력 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료인은 일정 기간 면허가 취소되고, 면허 취소 또는 자격이 정지된 의료인은 성명, 위반행위, 처분내용 등을 공표한다는 내용이다.


또 면허 취소 후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재차 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한다는 이른바 ‘2진 아웃’법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어 의료법 위반 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파산했을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는 등 전반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규제를 현격히 강화하는 방향의 법안들이 최근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 일반 외래진료 설명도 서면요청 가능?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들도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공포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도 비급여 진료비용 등에 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명시됐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던 이전 조항에서 범위가 더 확대된 것이다.


최근에는 외래 진료 시 환자들이 원할 경우 진단명과 치료방법 등을 서면으로 제공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진단명, 증세, 치료 방법·관리, 주의사항 등을 구두로 설명 받고도 충분치 않을 경우 이를 서면으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한 게 주된 내용이다.


현행법에서는 수술, 수혈 또는 전신마취를 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환자의 서면 동의를 받는 등 안내 절차를 갖추고 있다. 반면 일반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의사의 설명 의무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다.


# “의료인 잠재적 범죄자 규정” 불만
이 같은 움직임들에 대해 치과 개원가의 반응은 냉담하다. 안 그래도 장기 불황이 지속되던 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덮쳐 전반적인 의료 환경이 최악인 시점에서 이런 조치들이 치과의사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0대 치과의사 A 원장은 “이런 조치들을 언론을 통해 접할 때 마다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이미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규정하는 태도와 지나치게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결국 치과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과 의심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치과의사 B 원장도 “환자 중심적인 접근이라는 취지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동네치과를 비롯한 소규모 의료기관들의 현실을 외면한 이와 같은 행정적 부담들은 결국 환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개원가의 인식을 바탕으로 치협에서도 이런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치협은 우선 의원급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조치와 관련 이 같은 정책이 치과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개입과 규제라고 규정했다.


치협은 “이미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가격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정부가 더 나아가 전국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과 실시횟수를 취합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렇게 취합한 정보는 의료시장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치협은 기존 발의된 각종 법안들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축소시켜 결과적으로 진료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 “치과의사 단체의 자율적 면허기구를 통해 전문적인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을 고양시키는 게 타당하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윤선영 기자 young@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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