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치의 폭행 왜?

  • 등록 2021.01.20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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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접수된 환자의 상해·폭행·협박사건 2223건
코로나블루 등 누적된 환자 스트레스 왜곡 분출 원인
비급여·침습진료 많은 1차 치과의료 현장 제일 위험
“절대 가해자 탓”…효과적인 실효적 방안 마련해야

최근 한 달 새 치과의사가 환자나 환자 가족으로부터 심하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두건이나 발생해 개원가의 불안이 크다.  


지난해 12월 24일 장안동 소재 한 치과 원장과 실무자가 60대 환자에게 흉기로 폭행당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양평 소재 한 치과 원장이 30대의 환자 가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개원가에선 관련 기사 링크를 돌려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불안에 떠는 치과의사들에게 전문가들은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피해를 당한 원인을 계속 생각하기보다 문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사항을 인지하고, 근본적으로 법률,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인천에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들이 동료들과의 단톡방에서 화제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환자나 조금이라도 과격한 태도를 보이는 환자는 가능한 조심하자는 의견들이다. 그나마 남자 원장들은 걱정이 덜한 편인데, 여자 원장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여성 개원의 B원장은 “아무래도 스탭들도 모두 여성인 상황이라 불안하다. 가능하면 환자와 의료진 한명이 같이 있는 상황을 안 만들려 하고, 환자와 논쟁이 발생하면 CCTV가 촬영되는 공간에서 얘기하려 한다. 또 거칠다고 느껴지는 환자는 가능한 야간진료 예약을 잡지 않으려고 한다.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스스로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할 수 없는 환자의 폭력은 개원가의 잠재된 불안요소다. 지난 2011년 오산의 한 치과에서 스케일링, 충치 치료를 받은 환자가 치료 부작용으로 이가 시리다며 보상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해당 치과 원장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2016년 광주의 한 여자 치과의사가 치료에 불만을 품을 환자에 의해 흉기로 수차례 찔려 응급수술을 받은 사건 등 치과의사 폭행 피해 사건은 계속해 반복된다. 


# ‘임세원법’ 효과 미지수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접수된 상해·폭행·협박 사건은 총 2223건으로, 폭행의 경우 2015년 발생 건수의 2배에 가까운 1651건이 발생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 폭력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폭력성향을 보이는 환자를 사전에 판별해 대처하는 것이 어렵고,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처벌이 약해 근본적으로 환자 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명 ‘임세원법’이라 불리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이 지난 2020년부터 시행돼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에 의한 폭행사고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폭력사건에선 재판부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경찰이 청구한 피의자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흉기를 사용하지 않는 피의자의 폭력행위에 대한 방어는 쌍방폭행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 현장에서 사건 처리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이 폭력적인 환자들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는 ‘왜곡된 의료정보 접촉’, ‘약한 처벌 수준 등 제도미비’, ‘문제 환자 예측의 어려움’ 등을 꼽았으며, 코로나블루로 대변되는 시대상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의 침습적인 진료가 많은 1차 치과의료 현장에서 폭력 환자를 접할 위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의료현장에선 환자의 전과 등 폭력성과 관련한 지표들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치료 예후도 예상과 같지는 않기에 예상치 못한 환자반응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요즈음과 같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커진 상황에서는 환자들의 누적된 분노가 의료진에게 폭발할 위험이 크다. 특히, 비급여 진료가 많은 치과의 특성 상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된 환자가 치료결과, 비용 등에 민감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의사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폭력상황 발생 시 전적으로 가해자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로서 폭력을 유발한 요소, 책임 등을 생각해 절대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환자 폭력 문제는 법률,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 폭행 시 보다 강력한 가중처벌과 신속한 법 집행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 환자라 판단될 경우 가능한 자극하지 말고 즉각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환자 응대 시 CCTV가 설치된 공간에서 복수의 의료진이 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목격자, 증거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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