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내원하여 구강케어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이 점증(漸增)하고 있다. 전체 노인 800만명 중에 요양시설 입소 80만명, 재가(在家) 160만명, 요양병원 입원 5만명이 그 대상자로 치과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의존적 노인들이다. 이 분들의 구강상태는 속된 말로 ‘시궁창’이다. 스스로 구강케어를 할 수 없고, 거동이 불편하여 치과에 내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행 내원 진료를 하는 개원치의들은 아예 의존적 노인들을 만나볼 기회 조차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인들을 방문하여 구강케어와 치과진료를 원하는 치과촉탁의도 법적, 제도적 미비로 인해 접근조차 어려우며, 심지어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의존적 노인들의 종합적인 방문구강건강관리에 대해 개혁이 필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탐색을 해 보고자 한다.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제 활성화 체제 확립
정부는 뇌졸중과 치매를 앓고 있어서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없는 노인요양시설 노인들(80만명)을 위해 2016년 9월에 치과촉탁의(계약의사)제도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하에서 단지 구강케어(요양)만 가능할 뿐 현행 의료법 내에서는 치과진료행위를 할 수 없다. 치과의사들이 시설에 방문하여 가능한 구강건강관리 항목은 구강위생 관리와 교육(요양보호, 간병인 등), 구강건조증 관리와 구강기능재활, 구강통증관리, 간단한 발치와 구강염증 및 감염 처치, 틀니 조정과 수리 등이다. 그럼에도 약 2천명 이상의 치과의사들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치과촉탁의 요건 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활동 중인 치과촉탁의는 고작 20명 내외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첫째 이유는 제도적으로 요양시설에서 종별(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관계없이 촉탁의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구강에 국한하여 케어가 이루어지는 치과촉탁의 요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치과촉탁의가 가능해지면서 매달 기존 방문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렸음에도 말이다. 이제는 치과촉탁의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서 반드시 매달 한번은 이 분들의 구강케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인요양시설에 법적, 제도적으로 치과촉탁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지게 책정된 인두제(人頭制) 구강케어료와 의료기관에 근무중인 치과의사로 한정한 치과촉탁의 자격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한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재능기부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은퇴 치과의사(퇴직 교수)도 의료기관 등록없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재가노인 커뮤니티케어 치과시범사업 조기 시행
커뮤니티케어란 노인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지역사회)에서 복지와 의료가 적절히 제공되는 통합돌봄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는 노인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간병 가족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160만명)은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예 돌볼 가족이 없어 케어가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노-노(老-老) 케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의료적 입원보다 요양적 입원이 필요한 의존적 노인들이다. 그러기에 이 분들의 주거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줄여주는 복지와 1차적 의료 시혜가 함께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16군데 지자체에서 진행중인 시범사업이 완성되면 다음 정부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법’이 제정 공표될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의 내용을 보면,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복지 중심으로 되어 있을 뿐 1차 의료에 대한 내용은 매우 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다학제로 구성된 ‘한국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에서 복지와 1차 의료가 잘 융합된 법의 필요성을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추진단’에 피드백하였다. 그 핵심 내용으로 현행 의료법 개정 없이도 간단한 1차 의료행위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형태, 의료통합돌봄을 실행할 주체로서의 법인 조직 설립, 건강보험에 바탕을 둔 현실적인 방문 수가 제정 및 특별히 치과적으로 방문구강건강관리와 간단한 치과진료를 가능케 하는 조항 등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의과(2019년)와 한의과(2020년)에서 진행중인 복지부 시범사업을 치과 영역에서도 조기 시행하여 본격적인 커뮤니티케어 시행 시점(2025년)에서는 모든 직역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인요양병원 협력치과의사제도 도입 절실
최근 요양병원 수(1558개)와 병상 수가 증가(연평균 11.2%)하면서 대형화되고 있다(2018년). 100병상 이상이 10년 동안 6배 증가하고(1331개), 100병상 미만은 2012년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204개).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고, 호스피스 병동도 의료기관 내의 입원실이기에 현행 의료법 하에서 치과진료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극히 일부 요양병원에서만 치과의사를 고용하거나 치과를 개설하여 노인들의 구강케어와 1차 치과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요양병원 입원 노인 5만명을 위한 구강건강관리의 제도화를 위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선준비 TF팀의 담당 위원과 논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수렴되었다.
즉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개설 요건으로 치과가 포함되어 있는 현행 의료법의 취지를 살려서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치과의원 개설을 의무화하고, 100-300병상 미만은 치과촉탁의 배치 및 치과 체어 설치 의무화, 100병상 미만은 치과촉탁의 배치 및 이동식 치과 체어 구비 의무화이다. 이것은 최소한 지역사회 치과의사가 요양병원 노인의 구강케어와 치과진료에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협력치과의사제도를 도입하자는 의미이다. 여기서 반드시 상기해야 할 점은 요양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행하는 구강간호(oral nursing)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행하는 구강위생(oral hygiene)은 다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구강간호가 환자의 전신상태에 따라 나타난 구강증상 처치라면, 구강위생은 노인 스스로 할 수 없는 불량한 구강상태 관리로 사전에 흡인성 폐염을 예방하고, 간단한 발치 및 의치 조정 등으로 잘 먹게 해 구강질환으로 인한 전신상태의 악화를 방지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시설, 재가 및 요양병원 등 의존적 노인을 위한 구강케어와 1차 치과진료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치과촉탁의 요건 교육에 의존적 노인들의 전신 및 정신 상태에 따른 구강케어와 치과치료의 협조 여부, 적용 가능한 치과진료의 범위와 한계 및 그에 따른 합병증 발생 시 환자이송체계와 법적인 보호 조항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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