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적 노인의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시스템 구축 방향

2021.12.08 16:37:05

시론

올해부터 노년치의학회(회장 고홍섭)의 슬로건은 “Health mouth, Happy Senior”이다. 노인의 구강건강이 전신건강과 연계되면서 그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의존적 노인에서의 구강건강은 노인의 돌봄 정도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협회 집행부 치무이사로 일본의 노년치과 교육과 진료 및 지역사회포괄케어 현장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미 20년전부터 일본 치과계는 글로벌 노인치의학을 지향하면서 저작과 삼킴 기능의 감퇴를 의미하는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새로운 병명까지 도입하면서 치과진료소, 시설 및 재택 노인들에 깊이 개입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 치과의사 국가시험 문항 중 노인치과 문항이 대략 10-12%를 차지한다고 하니 일본 치과계의 고령화 대응 속도와 사회치의학적 역할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도 의존적 노인의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시스템의 조기 구축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그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의존적 노쇠 노인에 대한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필요
질병이 진행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죽음의 궤적(dying trajectory)이라고 한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인 노인들은 그들이 가진 질병과 치료경과에 따라 제각기 다른 죽음의 궤적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먼저 수술, 항암요법 및 방사선치료를 받은 말기 암 환자들로서 이들은 통증 조절, 방사선 추가조사, 스텐트, 신경차단술 등의 완화치료를 거치면서 일정 정도 기능을 유지하다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기능감퇴가 나타나는 궤적이다. 다음은 장기 이식과 함께 항바이러스제 투여 및 투석 중인 장기부전(심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 환자들로서 기관지 확장제, 이뇨제 처방 등 완화 치료와 함께 때때로 증상악화와 응급처치를 하면서 대략 2-5년 정도의 기능감퇴 기간을 거친 후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궤적이다.

 

마지막으로 치매/뇌졸중 등을 앓는 의존적 노쇠 환자로 질환에 대한 치료 없이 조절과 관리 및 인지 치료를 하면서 기능감퇴 기간이 보통 6-8년에서 최대 15년까지도 지속되는 궤적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죽음의 궤적을 고려해 볼 때 말기 암 환자와 장기부전 환자는 대부분 구강간호(oral nursing) 대상자들이고, 치매/뇌졸중 등 의존적 노쇠 환자는 장기적인 돌봄 계획 수립과 함께 급식 지원 및 구강위생(oral hygiene)이 개입되어야 할 대상자들이다(2021년 노년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연자 김대균 교수, 인천 가톨릭병원 호스피스 병동). 그러므로 요양시설 입소 노인, 재가 돌봄 노인, 요양병원 입원 노인 및 일부 호스피스 병동 입원 노인들에게 구강건강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앞선 시론에서 언급했듯이, 구강간호란 의사/간호사가 환자의 전신상태에 의해 나타난 구강증상을 처치하는 것이라면, 구강위생이란 치과의사(치과위생사)가 구강관리와 간단한 발치, 의치 조정 등으로 잘 먹게 해주어 전신상태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흡인성 폐염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처치이다.


#질병의 중증도 등에 따른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차별화 모색
그렇다고 모든 의존적 노인에서 구강건강관리 및 치과처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 노인들은 그들이 가진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종말기(혼수상태나 인공호흡), 의료고도(뇌성마비, 척수손상에 의한 마비, 욕창 환자, 화상환자 등), 의료중도(중증도 사지마비와 욕창, 수술 창상 치료), 의료경도(경중치매와 전문재활치료) 및 선택입원군 등 5단계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보건데 그들이 가진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구강건강관리와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중증도’란 환자에게 응급수술이나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이나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은 정도를 의미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가 흔히 중증도와 혼용하는 ‘긴급도’는 질병의 예후보다는 말초성 통증 등 심한 불편감으로 인해 치료의 우선 순위가 높은 정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이는 환자의 권리와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에서는 이러한 두 용어 즉 중증도와 긴급도를 포괄하는 ‘응급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Korean Society of Emergency Medicine 2017:28(6):547-552.). 이는 필자는 이러한 질병의 의학적 중증도와 긴급도 개념이 치과처치 측면에서도 개념 정리가 필요하기에 아래의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항목에서 정리해 보았다. 또한, 이러한 의존적 노인들의 적절한 ‘구강건강관리와 처치’를 위해서는 의학적 전신평가와 더불어 그들의 거동성(ambulation), 자가구강위생관리능력(self-oral hygiene ability) 및 치과치료 협조(treatment cooperation) 등 치과적 장애 항목에 관한 평가도 추가적으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존적 노인의 맞춤형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적용
이렇듯 의존적 노인의 중등도에 따른 의학적 전신평가와 치과적 장애 항목 평가 및 구강질환의 긴급도에 따라 ‘구강건강관리와 처치’의 개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필자는 노년치의학회 산하 커뮤니티케어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태완 위원(분당재생병원 치과)과 함께 이러한 의존적 노인들의 의학적 전신평가와 치과적 장애 항목 평가 및 치과치료의 긴급도에 따른 적용 가능한 ‘구강건강관리와 처치’를 다음과 같은 4가지 항목으로 대략 정리해 보았다.

 

첫째, 구강위생 및 구강기능 향상을 위한 구강건강관리. 둘째, 편안한 저작과 음식 섭식 및 삼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소침습적 보철수복과 같은 기본처치. 셋째,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치아신경치료, 치주치료, 발치 등과 긴급처치. 넷째, 심한 치주 농양이나 치성 감염, 멈추지 않는 구강 출혈, 흡인(aspiration)의 위험이 높은 치아, 낙상에 의한 안면외상 등 구강질환으로 인해 전신감염, 패혈증, Shock 등 전신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급처치. 그러므로 이러한 의존적 노인의 의학적 중증도와 치과적 장애 정도 결과를 토대로 이들에 맞는 ‘구강건강관리와 처치’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었다. 즉 의료경도 노인에서는 구강건강관리와 기본, 긴급 및 응급 등 모든 치과처치의 개입이 가능하고, 의료중도 노인에서는 구강건강관리와 기본, 긴급처치까지, 의료고도 노인에서는 치과적 응급처치만, 마지막으로 종말기 노인에서는 개입할 필요 없음. 물론 이런 의존적 노인들의 치과적 긴급 및 응급처치와 관련해서 나타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반드시 의료인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의존적 노인들의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프로그램’을 위한 필수 인력인 치과계약의사(촉탁의, 협력의),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자원봉사자 등을 위한 교육과 치과처치매뉴얼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근 이성근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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