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인력 ‘블랙홀’인가? 일부치과 진료행태 한숨만

  • 등록 2022.02.09 20: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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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치협 구인난 타파 프로젝트 본격 가동 >>>구인난 부추기는 위임진료④

치과계는 ‘구인난’이라는 족쇄를 차고 오랜 세월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은 최근 ‘구인구직시스템 활성화TF’를 구성,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본지는 구인난 해소의 첫 단추가 될 치협 구인구직사이트 활성화와 관련 기존 사이트들의 운영 실태부터 종사인력 배출 현황, 관련 제도와 법률적 한계까지 핵심 현안을 총 10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공론을  치과계와 나눌 예정이다. <편집자 주>

 

 

“우리 치과는 불법진료, 위임진료가 전혀 없는 정직한 치과입니다.”


올해 졸업을 앞두고,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이 같은 공고를 살펴보던 신입 치과위생사 김미나씨(가명)는 최근 크고 작은 고민에 휩싸였다.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위임진료하지 않는 치과로 취업 지원서를 냈을 법도 했다. 그러나 현업에 근무하는 여러 선배의 조언을 취합하니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위임진료를 둘러싼 일부 치과 개원가의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면서부터다.


높은 연봉, 인센티브 등 유혹
동네 치과 구인난 악순환 원인

위임진료를 부추기는 일부 치과의 일탈이 개원가 구인난을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제공, 실무 능력 향상 등을 장점으로 내걸고 위임진료를 행하는 일부 치과가 공격적인 구인 활동을 펼치면서 치과 종사 인력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상당수의 동네 치과는 구인난에 대한 더 큰 갈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위임진료를 단순히 일부 치과의 일탈적인 행위, 어느 치과위생사 개인의 고민으로 치부하고 끝내버릴 수 없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일선 치과 개원가에 따르면 위임진료 치과일수록 치과의사가 할 일을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가 대신 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높은 매출을 올려 덩치를 키울 수 있으며, 직원에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구조가 돼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구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반대로, 위임진료를 하지 않고 원칙적인 진료를 하는 동네 치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을 올릴 수 밖에 없고, 직원에게 위임진료를 하는 치과 만큼의 연봉을 줄 수도 없어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미 있는 직원마저 이직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하소연이다.


비수도권의 한 중소도시에 개원 중인 40대 초반 치과원장 A씨는 “적게는 연봉의 10~20%를 더 주거나, 많게는 1.5~2배가량의 연봉을 준다는데 마다할 직원이 어디 있겠나. 정상적이고 원칙적인 진료를 하는 치과는 위임진료 치과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구조”라며 “치과의사 수에 비해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가 상식적인 수준 이상으로 많이 고용된 치과의 경우는 위임진료를 하고 있지 않은지 합리적 의심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력 쌓기용 어쩔 수 없는 선택
죄책감에 치과 떠나기도

게다가 위임진료 치과가 제공하는 높은 연봉만이 동네 치과 구인난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못한다. 연봉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치과위생사 입장에서는 위임진료 가능 여부가 자신의 직업 커리어의 향방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령 특히 저연차 치과위생사일수록 위임진료 치과에서 일하면 추후 경력을 쌓아 다른 치과로 이직할 때도 수월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반대로 위임진료가 없는 치과에서 경력을 쌓은 치과위생사의 경우는 향후 이직할 때 이전 치과에서 쌓아온 경력이 평가 절하되거나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B씨는 “우리가 연봉 상승만을 바라고 위임진료 치과를 골라서 간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라며 “위임진료 가능 여부를 치과위생사의 능력으로 여기고, 위임진료를 못한다고 하면 경력 인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위임진료 치과에서 일을 배우면 나중에 이직 시 취업할 수 있는 치과 폭을 넓힐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일부 위임진료 치과가 치과 종사 인력을 끌어들여 발생하는 구인난 외에도, 위임진료는 또 다른 형태의 구인난을 낳기도 한다.


위임진료로 점철된 일부 치과 개원가 현실에 염증을 느낀 치과위생사가 아예 다른 직종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적잖이 있다는 전언이다.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치과위생사로 근무했던 C씨는 “어쩔 수 없이 위임진료 치과로 떠밀리듯 취업했지만, 환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 양심을 속이는 것 같아 더는 이 일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우선 치과의사 내부의 자정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치협도 지난해 말 불법 위임 진료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치과 의료 현장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측은 “법령에 명시된 치과위생사 업무와 현실과의 괴리가 크게 존재해 심도 있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며, 협회 차원의 문제제기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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