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 제도(I): 용어 정의와 제안 배경 및 필요성

2022.03.30 16:13:51

시론

지난 3월 12일 오스템 덴올(Denall) 스튜디오에서 “고령과 장애에도 건강한 구강”을 주제로 고령사회 치과의료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치과의사협회와 치의학회의 후원 하에 5개 분과 학회(노인의학회, 여성치과의사회, 예방치학구강보건학회, 장애인치의학회, 치과보험학회)가 연합하여 각 학회 연자들의 일목요연한 강의 내용과 1시간에 걸친 심도 있는 패널 토의로 진행되었다. 오스템 덴올 사이트로 실시간 약 2,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아 이번 포럼이 고령자와 장애자에 대한 치과계의 미래 담론을 이끌어내는 마중물(priming water)이자 머릿돌(cornerstone)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에 필자는 이번 포럼의 강의 내용과 패널 토의를 종합하여 마련한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 제도(草案)”를 중심으로 ‘구강돌봄진료’라는 용어 정의와 제도의 제안 배경 및 도입 필요성을 약술(略述)하고자 한다.

 

먼저 ‘구강돌봄진료’라는 용어의 정의이다. 미국 노인치의학을 개척해 온 Ettinger 교수(1984년)는 노인을 단지 65세 이상이라는 나이가 아닌 신체 기능성(functionality)을 토대로 자립적 노인(the independent elderly)과 의존적(돌봄) 노인(the dependent elderly)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자립적 노인이란 비록 쇠약할지라도 일상생활과 치과 내원이 가능하여 현행 의료법 하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노인이며, 의존적 노인이란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일상생활과 치과 내원이 어려워 치과진료를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이다. 게다가 의존적(돌봄) 노인은 노인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에 분산 수용되어 있는 데, 수용되어 있는 곳에 따라 의료혜택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비의료기관인 요양시설과 재택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구강돌봄만 가능하고,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에서는 현행 의료법 하에서 모든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치과 내원이 어려워 치과의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치과의료 사각지대의 돌봄 노인들을 위한 구강돌봄과 치과진료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에서 ‘구강돌봄진료’라는 용어로 정의하였다. 왜냐하면 돌봄 노인에서의 치과진료는 자립적인 노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치과진료와는 치료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립적인 노인에서의 치과진료가 치아와 잇몸 및 구강질환의 근원적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면, 돌봄 노인에서의 치과진료는 최소한의 섭식연하가 가능하도록 해 생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치게 하는 완화케어(palliative care, 구강돌봄진료)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에 치과계약의사는 돌봄 노인의 수용된 상황에 따라 ‘구강돌봄’ 혹은 ‘구강돌봄진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다음은 ‘구강돌봄진료제도’ 도입의 제안 배경이다. 첫째, 노인의 구강질환, 특히 치주질환은 전신질환과의 관계에서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아 서로에게 도화선(導火線)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치주질환을 가진 노인의 40%에서 2차적인 만성적 상태를 보임과 아울러 치주질환이 당뇨병, 뇌졸중, 심내막염 발생을 각각 6.0배, 2.8배, 2.7배 증가시키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돌봄 노인에서의 구강상태는 노인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는 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다. 이는 돌봄 노인에서 불량한 구강위생이 흡인성 폐렴을 4.2배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의 구강쇠약에 적시에 적절한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강기능장애(저작장애, 섭식연하장애)로 진행되면서 전신쇠약은 물론 빠른 요양 상태로의 이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내실 있는 노인복지수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2025년에 65세 이상 20% 이상인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2045년에는 일본의 고령화율(36.7%)을 넘어 37.0%의 노인 인구 시대(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 보고서, 2019년 통계청 발간)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돌봄 노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강돌봄진료’라는 적은 의료비용 투입으로도 돌봄 노인의 생애 마지막을 존엄하게 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생애 주기별 구강관리에 돌봄 노인의 구강관리도 전향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그간 자립적 노인의 무료의치사업과 의치(부분, 완전)와 임플란트(평생 2개)의 건강보험보장이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자립적 노인들도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돌봄 노인으로 이행되기에 건강보험보장성 의치와 임플란트에 대한 주기적 관리를 위해서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구강돌봄진료제도’ 도입의 필요성이다. 첫째, 현행 치과 진료체제가 내원진료 방식으로만 구축되어 있어 시설 혹은 병원에서 와상 상태로 연명(延命) 중인 돌봄 노인의 구강 접근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치과의사들이 이들을 찾아가지 않으면 아예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치과의료 사각지대 노인들로서 그 수가 갈수록 점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전체 노인 800만명 중 요양시설 80만명, 재택 160만명, 요양병원 5만명 등 무려 약 245만명이고, 국민 10명 중 4명 비율로 노인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되는 2045년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돌봄 노인들 중에 스스로 구강관리가 가능한 분들도 뇌졸중, 치매 등 뇌 신경계 병변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우울해지고 성격이 매우 소심해지면서 구강을 방치하기 일수이다. 이렇게 방치된 돌봄 노인들의 구강을 단지 간호사에 의한 구강간호만으로는 이러한 구강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기에 보다 적극적인 구강관리(위생 및 기능)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거의 대부분의 돌봄 노인들의 구강관리를 위해서는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의 일반적인 구강위생관리 마저도 비전문가가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데, 심지어 구강쇠약을 가진 돌봄 노인의 구강관리를 하기에는 더 더욱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로 인해 돌봄 노인의 구강은 속된 말로 ‘시궁창’이자 심한 구취의 진원지이기에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들은 더 더욱 접근 자체를 꺼리게 되어 악순환 사이클을 밟게 된다. 게다가, 이들의 복합 투약에 따른 입마름은 가뜩이나 불량한 구강위생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틀니로 인한 구내염과 구강작열감을 초래해 심각한 고통을 겪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치과의사의 손길 즉 구강돌봄진료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비해 노인 관련 사회보장제도와 돌봄의료 제도에 대한 틀과 재원 마련은 미미한 상황이다. 심지어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노인들을 위한 복지와 의료 돌봄이 이러할 진데 지금까지 구강돌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점증하고 있는 지역사회 돌봄 노인을 위한 구강돌봄진료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할 적기(適期)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근 이성근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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