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에 대한 죄책감

  • 등록 2025.06.27 16: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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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도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삶과 추억이 녹아 있고, 함께 살았던 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재개발에 밀려 사소한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살아왔다. 분명 내 것이 아님에도 나누지 않고 내 것인 양 안하무인으로 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느님은 창조 때부터 인간은 모든 생물들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셨다. 인간의 욕심과 잘못된 생각이 모든 걸 빼앗아간다. 그 욕심 때문에 많은 생명체가 사라지며 생명체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나는 위례 신도시 재개발 지역을 지날 때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지난 여름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남성대 아랫쪽 쌍둥이 골프장 수로와 늪지대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었다. 서울에서 듣기 힘든 반가운 소리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맹꽁, 맹꽁’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았다. 바로 수로에서 나는 소리였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 듣던 맹꽁이 소리 바로 그 소리였다. 서울 근교에서 이 소리를 듣다니 가슴이 뛰고 벅차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귀를 의심했다.

 

맹꽁이는 생체 크기가 3~4cm 정도이다. 땅속에 살다가 여름 장마철 산란기가 되면 짝을 찾기 위해 ‘맹꽁’ 하고 밖으로 나온다. 멸종 위기 일급 동물이라는 것도 신문 지상을 통해 알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쌍둥이 골프연습장 아래 퍼블릭 골프장 9홀 근처에 큰 방죽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과 연결된 수로와 늪지대가 있었다. 이미 골프장은 재개발에 철거되고 방죽도 메워져 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골프 연습장도 철거될 것이고 수로도 없어질 지경이다. 도로 건설에 불도저가 작업을 하는 중이라 급한 나머지 이 맹꽁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환경단체, 시청 및 구청 관계 부처에 전화도 했다. 어떤 환경단체에서는 답사했는데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었다. 불가항력이었다. 마음만 아팠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도로가 되어버린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맹꽁이 생각에 그 맹꽁이는 어디로 갔는지 죄책감과 미안함이 앞서며 노들섬 맹꽁이 생각이 났다. 서울 이촌동 한강대교 중간쯤에 있는 노들섬에 살던 맹꽁이 얘기 생각이 난다.

 

서울시가 이 자리에 거금을 들여 오페라 하우스, 미술관 등을 갖춘 ‘한강 예술섬’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거기 있던 맹꽁이들은 월드컵 공원 내 노들 공원 생태 학습지로 옮기기로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마리당 300만 원씩 이사 비용이 2,300만 원 소요된다고 했다.

 

처음 맹꽁이 70마리 중 8마리, 올챙이 220마리가 이사하기로 했다.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혀 공사 후 다시 데려다 놓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계획은 시장이 바뀌면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맹꽁이에게는 구세주가 되었다. 그래도 노들섬 맹꽁이는 남성대 골프장 늪지대 맹꽁이보다는 행복하다. 그 맹꽁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지날 때마다 나를 아프게 한다. 땅속 어디에라도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태풍에 떨어져 다친 까치 새끼를 구해준 경험이라든지 보리가 자라 보리를 밸 때, 보리밭 가운데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결사항전의 눈으로 도망치지 않고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꿩의 모성애를 누가 짓밟을 수 있었겠는가! 쳐다보는 꿩의 둥지를 어른들이 베지 못하도록 간청하여 무사히 알을 까고 새끼가 나올 때까지 지켜주었던 기억이라든지, 다리 부러진 강아지를 동여매 회복해줬다든지, 처마 밑으로 떨어진 제비 새끼를 구해줬던 기억 등 이런 기억들은 우리를 기쁘게 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를 행복하게 했다.

 

사람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 하느님의 섭리이고 우리들의 의무이다. 기후 변화나 개발 등으로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을 생각해본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영남 전 협회사 편찬위원장

 

- 《한겨레문학》 등단

-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

- 동대문문인회 회원

- 전 치협 공보이사·치의신보 편집인

-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사 편찬위원장

- 전 대한치과의사학회 회장

변영남 전 협회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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