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실패기

2022.04.06 15:25:54

스펙트럼

원래는 미라클모닝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인 4월 1일 현재 시점에서 미라클모닝을 안한지 거의 한달 가까이 되서 다른 소재로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미라클모닝에 대해서 쓴다고 말씀도 드렸었고, 12월말부터 2달 정도는 열심히 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때 느꼈던 것도 많았기에 하다가 못한 과정까지 포함하면 좋은 글감이 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SNS기록을 보니 12월 25일부터 시작했었고, 2월초까지는 주로 매일 새벽 5시 전후로 일어났었습니다. 2월 8일자에 쓴 글을 보니 46일 중 33일을 새벽에 기상했었으니깐 삶의 밀도를 많이 올린 것 같습니다. 늘 그렇지만 특히 당시에 해야될 일들이 삶의 일상을 채웠었고, 하고 싶은 일들은 우선 순위에 밀려서 답답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던 차에 미라클모닝으로 새벽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밀린 일들을 밤늦게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정신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늦은 밤까지 일을 하다보면 효율이 많이 낮아지는 경험을 자주 하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일을 하면되는데 영유아 자녀가 둘인 아빠로서 그 시간은 저의 시간이 아니었고, 일과시간은 회의나 전화할 일도 많았기에 정말 시간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삶의 일상에 허덕이다가 돌파구를 찾고자 절실한 마음으로 새벽기상을 실천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라클모닝 했다는 느낌 자체가 좋았습니다.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밝아지고 그때 깨어있었다는 것 자체가 만족감을 갖게 했습니다. 새벽 5시쯤 일어나면 오전 9시나 10시쯤에는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그 피곤한 느낌도 나른하게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밤 9시나 10시쯤 되면 꿀잠에 들기 좋을 정도로 피곤해서 야식이나 혼술 등 건강에 안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됩니다. 늘 퇴근할 때면 할일이 많은데 오늘도 다 못했다는 찝찝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미라클 모닝을 한 날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일을 다 못한 것은 이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은 내 주변 상황의 문제니 나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나까지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정신적 해방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는 그 좋은 미라클모닝을 결국 지속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절실한 마음이 지속되지 못하였습니다. 2021년 말에 시작을 했으니 2022년에는 그동안 못하고 미뤄둔 일들을 해야겠다는 그 절실한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간절히 원한다는 마음을 유지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업무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미라클모닝을 한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한 것이지 시간을 더 내서 지금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을 더 열심히 하고 싶지는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급한 일들이 있다보니 조금씩 그 일들을 새벽에 하다보니깐 어느 순간 그냥 업무를 좀 더 일찍 일어나서 하게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첫째로 말씀드린 절실한 마음도 조금씩 갉아져서 약해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간절한 마음도 자주 가꾸고 계속 돌봐주어야 유지가 되는데 급하다는 이유로 해야 될 일들만 하다보면 그 마음도 결국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셋째, 조급한 마음에 무리를 하였었습니다. 당시에 절실한 마음이 앞서거나 시간이 계속 모자르다는 느낌이 들면서 조금 덜 자고 빨리 일어나려 하다보니 지속가능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7시간 수면을 목표로 해야하는데, 다섯 또는 여섯 시간 정도만 자면서 하려다보니 주말에는 더 몰아자면서 리듬이 깨지고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을 때 술도 마시게 되는데, 음주량을 적당히 조절하지 못하면서 새벽기상을 하려고 시도한 점도 무리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새벽기상에서 오전기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첫째아이와 둘째아이 그리고 제가 줄줄히 코로나에 걸리면서 자가격리를 2주째 하게 되니 리듬이 더 바뀌게 되어서 아이를 재우고 9시나 10시쯤 재우고 11시나 12시에 일어나서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고 다시 8시 반쯤 일어나는 미라클나이트를 종종 하게되는 상황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위의 변명들로 2달 정도 미라클모닝을 하다가 말았지만 분명히 그때 하는 도전하고 실천하였던 느낌은 매우 좋았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무리하게 리듬을 바꾸고 싶지도 않고, 밤에도 다시 에너지 있게 일할 수도 있어서 한동안 미라클 모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고 절실한 마음이 들 때는 다시 미라클모닝에 도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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