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식

  • 등록 2022.04.25 13: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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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 중의 여왕답게 푸르른 초목도 많이 자라고, 꽃도 만발하고 새싹도 무럭무럭 자라는 생명의 달입니다. 또 철 이른 더위까지 여름을 재촉하기도 하는 때입니다. 그 좋은 때에 29년을 곱게 키운 제 큰 딸이 결혼을 합니다.

 

어느 집에서나 아버지에게 딸의 의미는 매우 클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딸을 결혼시키는 마음은 아쉬움, 서운함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지만 혼자는 살기를 원하진 않기 때문에 결혼을 하려면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바람대로 해주는 효녀이네요. 귀한 딸을 데려가는 신랑과는 다행히도 서로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그리고 평생 삶을 함께 영위할 영원한 동반자일 것을 굳게 믿습니다. 물론 함께 살다가 이제는 떨어져 보내는 것이 서운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껏 키운 것처럼 또 지켜보며 축복해야지요. 그게 아버지인 저의 역할일 테니까요. 딸이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딸이 저보다 더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났다는 게 기분 좋고, 사위도 성격 좋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보여서 마음에 들고. 사돈 집안도 검소하고 선하신 것 같아서 더욱 좋습니다.

 

딸은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한 마디 마음 속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딸 지윤아~ 엄마 아빠의 귀여운 딸로 태어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자라 결혼을 하다니 대견스럽고 장하구나. 함께 살다가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우리 부모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제 남편과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한테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큰 효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 때에 귀한 가정을 통한 앞으로의 인생을 멋지게 그림을 그려보기 바란다. 이제부터 너는 슬기로운 아내가 되어야하고 지혜로운 며느리가 되어야 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이 되었으니 시부모님 잘 모시고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거라. 살면서 고난이 닥치더라도 부부간에 서로 힘을 합쳐 슬기롭게 대처해서 잘 극복하고 멋진 삶을 엮어가길 바란다. 사랑이란,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란다. 서로 존중하며 잘살아 가기를 바라고 믿는다. 부부간에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변화되려는 모습을 가지면 좋겠구나. 서로 다른 가정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각자 오늘과 같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으므로 각자의 서로 다른 집안 풍습과 교육 방법은 모두 옳고 좋은 것이란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는 서로 의논해서 해결하고, 사사로운 습관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은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있는 그대로 서로가 받아들이렴. 그리고 일단 서로가 한 가정을 이룬 이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 가정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가정이란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들 부모에게 효도도 중요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배우자와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단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아~ 곧 있을 결혼식에서 너의 손을 잡고 입장하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해주렴. 소중한 너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가서 신랑에게 건네줄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코 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려고 해서 어쩔 수가 없구나.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미리 연습하듯이 너희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아빠가 부탁을 했지. 그 날은 너희 두 사람을 위한 축제의 날이 될 것이다. 부어주어도, 주어도 부족한 자식 사랑이고 늘 네편에서 응원하며 격려하는 가족들이 너희 부부와 함께 한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아이를 출가시킬 때의 이 마음과 비슷한 심정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돌보아주다가 성인치료로 보내는 경우라고 느껴집니다. 소아치과 선생님들은 마찬가지일텐데 병원마다 기준이 달라서 어떤 선생님은 초등학생까지, 어떤 선생님들은 중,고등학생까지를 케어해주십니다. 성인까지 봐주시는 선생님이 아니시라면 언젠가는 돌보아주던 아이들과 헤어지고, 다른 선생님께 보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과 다소 불안감도 있습니다. 선생님마다 약간씩은 치료의 방향성이 다른데 나의 치료법에 익숙해진 아이가 다른 선생님에게 관리를 받을 때에 잘 적응하고 서로 잘 지낼 수 있겠지 하구요. 괜한 노파심에 신경이 쓰이곤 한데 이번에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비슷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딸도 결혼 후에 행복하게, 그리고 돌보다주다가 다른 선생님에게로 간 소중한 환자 아이들도 모두 최고로 잘 케어받고 지내기를 기원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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