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념하기

2022.05.31 15:07:21

시론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결제하고, 쇼핑하고, 검색하고, 운동까지 한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들어온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전 보다 선택의 여지가 훨씬 많고,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하는 지금 우리는 무언가 한 가지를 선택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된 주제로 하버드 법대 졸업 연설로 유명해진 피트 데이비스는 책<전념>을 펴냈다. 그는 무엇인가 한 가지에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루함, 불안, 유혹이라고 하였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려면 지루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 할 경우에는 불안할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늦은 밤 넷플릭스에서 볼거리를 찾아 이것저것 훑어보고 검색하면서, 영화 한편을 골라 진득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더 좋은 것을 찾아 무한히 탐색하는데, 그럴수록 무엇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식당에서 메뉴가 너무 많으면 어려운 것처럼. 그의 책 내용을 음미하며 빠른 세상에서 변함없이 추구해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신조어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용어는 삶에서 가능한 한 많은 새로움을 즐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FOMO(Fear of Missing Out)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남들만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감을 나타낸다. 이렇게 새로움을 추구하고 경험하려는 이유는 그 속에 짜릿한 흥분과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의 단점은 결정 장애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한편,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가 있다. 사람들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만족감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좇으면 좇을수록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이 주는 설렘 때문에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에 전념하여 얻은 깊이가 주는 새로움은 피상적인 새로움보다 훨씬 더 달콤하다. 그러한 새로움은 길고 오랜 노력으로만 찾을 수 있다. 깊이는 궁극적인 새로움이라고 한다. 어느 하나에 전념하다 보면 새로운 경험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념하지 않으면 모든 경험을 한 가지 경험에만 쏟아 부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을 놓칠 수 있다.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이의 발달에서 첫 번째 핵심은 집중력이라고 하였다. 하나에 집중하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깊이는 대개 새로움을 이긴다고 하는데 이를 린디 효과(Lindy effect)라고 부른다. 이는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각이나 관습일수록 미래에도 계속 유지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결혼제도라고 한다. 결혼은 기꺼이 약속하고 맹세하는 것,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일부 포기함으로써 찾아올 불확실성을 직면하는 것,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관계 형성 이후의 모든 순간이 늘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전체로써의 유대 그 자체는 행복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결혼이고 헌신이라는 것이다. 멋진 말들인데 살아보니 지켜내는 것이 여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무엇이 우리세계를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결혼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결혼 건수는 2012년도에 32만7천 건, 2021년도에 19만3천 건을 나타냈는데, 해마다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 지표 하나로 세상의 변화 흐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새로움에서 찾는 설렘은 경험이 쌓일수록 무뎌지지만 꾸준한 관계를 통해 평범한 삶을 설레게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가장 평범한 때인 걸 보면 말이다. 친구들과 술 한 잔, 오래된 취미 활동,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좋아하는 사람과 저녁 식사 등. 이렇게 평범한 시간이 즐거운 이유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YOLO와 FOMO로 대변되는 지금 세상에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참 평범하고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일, 취미, 관계 또는 그 무엇이든 꾸준함이 주는 깊이와 그 깊이가 주는 새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무언가에 전념해 보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성 믿음치과의원 원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한진규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