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처럼 살아보기

2022.07.06 15:21:38

시론

교수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3년만에-서울시치과의사회가 주최하는 SIDEX 2022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필자의 전공이 예방치과이다 보니, 다른 과목에 대한 부족한 공부를 위해, 글자 그대로 ‘보수교육’이 필요하여 매년 참가하려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인 치과보철과 교수의 강의가 잡혀 있었다. 서울시치과의사 회원들에게 해당 교수의 좋은 강의가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서울시치과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전하는 동료인 ‘L’교수는 교수의 일생 중 지금 빛나고 있는 “별(star)”의 순간에 있는 것이고, 향후 오랜 기간 동안 ‘별의 순간’을 잘 지키면서 후학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바란다. 필자가 뒤에서 강의를 듣더라도, 쉽게 눈에 띄는 외모(?) 탓에, 강의 중인 동료 교수에게 ‘부담’이 될 듯하여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강의를 들었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2010년도에 SIDEX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그런 필자를 어느 누구도, -필자 본인을 비롯해서,-‘빛나는 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소속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동안 관심 두지 않았던 다른 구강진료과목 진료의 ‘Malpractice’를 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 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로부터 배우는 순간이 되는 것을 느끼며, 자세하게 강의해 주는 ‘후배’ 내지는 ‘동기생들의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고마움의 박수를 보낼 뿐이다.

 

스승의 날과 같은 날이 되면, 2년 전부터인가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곤 한다. 필자의 스승이신 “김”교수님께 작은 선물을 보내는 일이다. 모교 교실에서 축하나 기념 행사 때나 참석하여 인사드리던 것으로 대신해 왔던 ‘안부 인사드림’을 필자 개인적으로 일년에 2-3회 작은 선물로나마 ‘마음의 편안함’을 추구한 것은, 아마도 필자 스승님의 80세 생신 잔치를 교실 후배들이 치르면서 초대 받은 자리에서, 오랜만에 가까이서 뵙는 스승님의 모습에 대한 감회가 예전 같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 필자는 알게 모르게 스승님을 많이 닮아 있다고 평가하는 후배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역설적으로 스승님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있어, 알게 모르게 점차 소원해지는 경우가 생긴 것도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필자의 나이만 생각하다가 스승님의 연로하신 모습을 뵙고, 문득 스승과 제자 간의 행복한(?) 시간을 그간 보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 행동이 민첩하지 못한 필자인지라 철도 늦게 드는 편인가 보다. 첫해 보내드린 보잘것없는 선물에 대해 스승님께서 기분 언짢아하시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역시 필자의 스승님은 제자의 좁은 속과는 달리, 오히려 ‘김교수, 고맙네.’라는 간단한 문자로 그간의 제자의 잘못을 포용(?)해 주셨다.

 

‘생리적 구취조절’이라는 필자가 전공하는 분야의 연구에서도 간혹 국내외 학자들 간의 대화에서 벽을 느낀다.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문득, 아끼는 후배(60이 다 된 후배이지만)와 함께 논문을 쓰면 어떨까 하여, 의견을 물었더니, 후배는 두말없이 ‘교신저자’의 중책을 맡아 주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주장 내용에 대해 ‘교정’을 하게 되고, 후배 교수는 타당성 있는 문장으로 필자의 글이 거듭나도록 해 주는, 적지 않은 기쁨을 주어 ‘후배 잘 둔 즐거움’마저 느끼는 기간이었다. 다음에는 더 많은 후배들과 같이 써 보아야겠다는 즐거운 기대(?)마저 하게 되었다. 해당 논문은 훌륭하게 완성되어, 대한민국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잡지에 잘 게재되었고, 필자 혼자만의 연구가 아닌, 치과계의 존경받는 후배의 이름 곁에 내 이름을 올리니,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논문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치과의사는 몇 살까지 ‘진료실’ 등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많다. 요즘 같아서는,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75세 정도로 결승선을 그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더 일할 수 있다면 축복이겠고, 또 지금도 일선에서 활약하시고 계신 선배님들을 생각하면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지만, 뒤따라오면서 눈치를 보며 차마 추월(비교적 이른 시기에 구강진료에서 은퇴하는 행위)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후배들’을 생각한다면, 내 스스로의 ‘연령 감정 평가’를 통해 결승선을 옮기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이제 남아 있는 필자의 치과의사로서의 삶에서는 ‘내’가 아닌 ‘남’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과정으로, 나름 지식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필자가 터득한 ‘진리’라고 믿는 이론이 있다면, 사랑하는 후배들과 ‘공유’하면서 평가받으며 발전시키려 하고, 필자가 아닌 ‘제 3자’의 ‘보통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가능한 일들이 있다면, 철저하게 필자의 감정적 요인을 배제하고, 필자가 아닌 제 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통계청에서 매년 1년 늦게 발표하는 ‘생명표’를 보면, 필자 또래의 남자들의 평균여명은 20년 남짓이라고 한다. Golf 경기의 승패에서는 현재의 스코어와 더불어, 남아 있는 Hole의 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제는 ‘고집스럽게’ 독불장군으로 살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지 말고,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 ‘잊혀진 별’로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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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고대구로병원 치과 예방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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