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과 천연두

  • 등록 2022.08.03 09: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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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식 칼럼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오르토폭스바이러스속[Poxviridae과의 genus Orthopoxvirus, 외피 이중 가닥 DNA 바이러스(벽돌모양, 20면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올 6월 8일 법정감염병 중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고시 시행되었다. 1980년 세계적으로 공식 근절 선언된 바 있고, 두 종류의 두창 바이러스, 베리올라 메이저(Variola major)와 베리올라 마이너(Variola minor)에 의해 유발되는 천연두(Smallpox)와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천연두보다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부 및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원숭이두창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서부 아프리카 분기군(分岐群)과 중부 아프리카 분기군(일명 Congo Basin 분기군)의 두 개의 분기군이 확인된다고 한다. 감염 사례는 바이러스 전파 동물들이 서식하는 열대 우림 근처에서 발견된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감염은 다람쥐, 감비아밀렵쥐(Gambian poached rats), 겨울잠쥐(dormice), 여러 종의 원숭이 등 동물에서 발견되었다.

 

사람 간 전염은 제한적이며, 사람 간 전염 사슬이 길게는 6세대까지 이어진 적이 있다. 사람 간에는 체액, 피부의 병변, 구강이나 목구멍의 내부 점막 표면, 호흡기 비말(침방울), 그리고 침구 등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감염자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며, 치명률은 3~6% 안팎이다.

 

원숭이두창 확진은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에 의한 바이러스 DNA 검출법이 선호된다. 진단을 위한 표본은 발진부위의 피부, 액체 또는 딱지, 또는 가능한 경우 조직 검사와 같이 발진에서 직접 추출한 것이 이용된다. 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검출법은 오르토폭스 바이러스간의 세밀한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7월 21일에, 세계보건기구의 ‘다국간 원숭이두창 발생에 관한 비상 위원회’ 2차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의 WHO본부 건물에 의장과 부회장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Zoom을 통해 개최되었고, 다국간 원숭이두창 발병이 ‘국제 관심사 공중 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WHO 사무총장의 임시 권고안에 따르면, 역학적 상황, 전염 패턴 및 역량에 기초하여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대응법에 대한 권고를 달리하고 있다. 1, 2그룹은 단계에 따른 분류이고, 1, 2그룹 중 3, 4그룹의 어느 곳에 중복해 속할 수도 있다. 그룹 분류 및 권고사항 요약(필자요약)은 다음과 같다.

 

1그룹; 21일 이상 사람의 원숭이두창 미발견 경우의 당국[(권고사항을 요약하자면,) 건강 및 다중 부문 조정 메커니즘 활성화와 확립을 통해, 대응 준비의 모든 측면 강화, 인간 대 인간 전염 방지],

2그룹; 사람의 원숭이두창 최근 유입 당국(조정된 대응의 구현, 지역사회 관여 및 보호, 테스트와 PCR 진단 및 WHO에 대한 보고, 사례자 격리, 접촉자 추적, 국가면역기술자문기구 소집 등 감시 및 공중보건 조치, 임상관리와 감염예방 및 관리, 의료대책 연구, 국제여행지침마련),

3그룹; 알려진 또는 의심되는 원숭이두창의 수인성 전염보유 당국(원인동물자연서식지에서, 동물 대 인간 및 인간 대 동물 전염의 위험 모니터링 및 관리, 이 결과를 WHO와 공유),

4그룹; 의료 대응 조치를 위한 제조 능력 보유 당국(천연두 및 원숭이두창 진단, 백신 또는 치료제의 제조 능력국은 의료 대응 조치의 생산과 가용성 제고, 필요한 국가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

 

이 회의에서 세계보건기구 사무국에 의해, ‘2022년 1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WHO의 6개 지역 72개국에서 14,533명의 (가능성 있거나, 진단 확인된) 사례(나이지리아의 3명,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2명 사망자 포함)’가 보고되었다. 이전에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던 많은 나라에서 전염이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유럽 지역과 미주 지역 국가들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대부분은 현재 남성에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 도시 지역에서 동성애자, 양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다른 남성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초기에 보고된 약간의 아동감염자의 경우는 다른 사례들과 역학적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발병 건수가 현저히 증가했으나,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관찰된 경우와는 인구통계학적 양상의 명백한 차이가 유지되었고, 사례 중에 여성과 어린이들의 발생빈도가 높았다.

WHO 사무국이 제시한 전반적인 글로벌 위험 평가는 2022년 6월 23일 1차 위원회에 제시된 것과 관련해 변경되지 않았다.

 

코로나19(COVID-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이행할 조짐을 보이자 ‘넥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보로 40여 년 전인 1980년 공식적으로 소멸 선언된 천연두가 꼽히고 있다. 1519년 에스파냐의 에르난 코르테스(Don Hernando Cortes de Monroy; 1485~1547년)는 550명의 부하를 끌고 아즈텍 제국에 침입해, 천연두로 죽은 군인의 시체로, 면역성이 없던 아즈텍 인들을 감염 사망시켜 승리하였다. 과거 소련 등에서 인류가 처음 생물학무기로 개발을 고려했던 것 역시 천연두 바이러스이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도 생화학 테러로 인한 천연두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천연두 누적 사망자는 10억명 수준으로 인류 역사에서 어떤 전염병보다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질병이다. 20세기에만 3억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감염재생산지수가 최대 7 수준으로 전염병 가운데 최상위권 수준이다. 7월 22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누적사망자수 6,373,739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망자수이다. 원숭이두창이 72개국에서 보고되고 있는 시점에 이보다 훨씬 강력한 천연두에 미리 대비해두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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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식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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