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만연 사회

2022.10.31 09:25:27

스펙트럼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쁜 아침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먼저 커피를 시켜놓고 찾으러 갈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이 많은 곳이라 항상 기다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대기번호는 64번이었는데, 앞의 어떤 여자 한 분이 왜 자기 것이 안나오는지 컴플레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62번 정도의 음료가 완성된 때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녀의 것은 65번이었지만, 먼저 그것이 만들어 올려져 있는 것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순서대로 만들지 않느냐는 저의 불평은 그저 공허할 뿐이었습니다.

 

새로 개원하고 포털사이트와 연결해서 예약을 관리하려고 신청하였습니다. 첫 검수 결과가 대표 이미지가 기준에 위배된다고 보류로 나왔습니다. 그저 저희 병원 로고일 뿐이었는데, 글이 세줄이라는 등 안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것도 전화를 해보지 않았다면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계속 그런 상태였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 직원이 전화를 해보고 알아낸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시다시피 전화 후에는 검수가 승인되었습니다.

 

사실은 불평이 만연한 사회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내 기준에 위배되기 때문이며, 시간, 돈, 기분 등을 내가 손해보고 싶지 않아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세태를 꼬집고 싶었는데, 위에 보시다시피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냥 손해를 볼 뿐이라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단순히 인간관계라면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으로 먼저 준 다음 기다려 보는 방법도 있을테지만, 이러한 경험은 개인간 관계가 아니라 업체나 단체와의 관계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최저가”, “가성비”를 따지는 세대에게 남들의 수고와 가치를 인정할 수 있게 되는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허나 업체에서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기다려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논리라는 것이 적어도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나조차도 이해하고 참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업체들에게 “민원”에 따라서 일을 하지 말고 “순리”대로 일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인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담은 참 듣기 싫기 때문입니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입니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는 상식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되는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반증 아닐까요?

 

사실 컴플레인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치과에서 특히나 불평불만을 많이 토로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치과진료라는 것이 단번에 만족하기에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경우 적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어떠한 경우에는 처음에는 괜찮다가 나중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제가 진료하는 사랑니 발치의 경우, 통증은 사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큰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불편감들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나, 발치 후에 괜찮다가 갑자기 아파지는 건조와의 경우 더 큰 불평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진료 후의 불편감에 대해서는, 특히나 진료에 문제가 전혀 없었을 경우에, 적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치유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진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료실을 들어오기 전부터 화를 안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은 것은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음 또한 치과계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바입니다.

 

불만이라는 단어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불만의 반대말을 만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불평을 참으면 안하게 되므로 불평의 반대말을 인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불평불만의 반대말은 인정이 아닐까 합니다. 현상황을 인정하고,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수고와 가치를 인정한다면, 불평불만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평불만은 오히려 참지 말고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말대신에, 진짜 좋은게 무엇인지 찾아보는게 어떨까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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