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플랫폼 - 독인가 약인가?

  • 등록 2023.03.08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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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고, 이렇게 변화된 생활 패턴은 이제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거나, 공통된 관심사항이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임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풋풋하게 시작된 다양한 온라인 모임들은 점차 대형화 되었으며, 이제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 모델이 된 듯도 하다. 의료계에서도 특히 온라인 활용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 주 고객인 미용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최근 사업화 경향과 맞물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치과계 의료 플랫폼 양상은 크게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플랫폼과 치과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나뉠 수가 있다. 치과의사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주로 치료 재료, 장비의 후기 혹은 가격비교, 공동구매 및 구인구직정보 등이 주요 주제이고,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진료 후기 및 비용에 대한 것이 주 테마인 듯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인데,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소소하고 솔직한 후기나 정보로 시작했던 사이트가 점차 대형화, 상업화 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번째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적이지 않은 환자들에 의한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의료정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해도 되는 맛집 비평과 달리 의료는 전문가의 영역이므로 환자가 본인 기준으로 해석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있어 그 내용이 늘 정확할 수가 없다. 병원을 가기 전에 미리 정보를 얻고 가고자 하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 환자들이 진료 전에 이미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며 부적절한 선입견을 갖게 되거나, 이런 이유로 의사의 필요한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의학적으로 터무니 없는 부적절한 정보가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치 당연한 진리인 듯 여겨질 수도 있다.

 

두번째는 환자를 가장한 경쟁병원(의료인)에 의한 의도적인 후기 조작 및 경쟁병원(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댓글 등)이다. 심지어 심각한 명예훼손까지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의료계가 아닌 식당 평가와 같은 부분에서는 이미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정치판에 있어서도 이미 익숙한 상황이다. 최근 치과계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적으로 중대한 범법행위에 해당하며, 댓글조작, 명예훼손은 중형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아무리 어려운 치과상황이라도 같은 치과의사들간에 이러한 짓을 하는 것은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번째는 플랫폼 운영자(기관)에 의한 객관성 및 중립성의 훼손이다. 만일 어떤 의료 플랫폼이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하는 척 하면서 특정 병원, 의료인에 편향된 운영을 한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플랫폼을 사업적으로 시작한 곳이 많아지는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한술 더 떠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아예 정보제공을 못하게 하거나, 좋은 후기는 고의로 삭제하는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충분한 댓가를 지불하는 곳에는 악성 후기는 삭제해주고 좋은 후기만 남기는 등 올바른 정보에 목이 마른 환자들의 눈을 가리고, 의료기관(의료인)은 비윤리적 플랫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의료권력자가 될 수 있는 의료 플랫폼이 적절한 통제 없이 만연해진다면 이미 미용외과 분야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경쟁병원과의 우습고도 어이없는 댓글 대전을 일상처럼 벌일 수도 있다. 의료인의 본분은 환자 진료인데 그보다 온라인에 접속하여 후기와 댓글에 신경을 쓰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이는 결코 건강한 의료계의 방향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의료정보를 교환하기 위하여 시작된 의료 플랫폼은 반드시 위에 열거한 문제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공유되고 있는 정보가 의학적으로 검증되고, 상업적으로 혹은 경쟁자들에 의하여 왜곡되지 않은 것이라면, 환자들이 병원 혹은 의료인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병원 및 의료인 입장에서도 환자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자신들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부분은 극대화 하면서 부정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번째로 의료 플랫폼 운영진은 의료플랫폼이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공유되고 있는 의료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검증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이고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식견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문 의료진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때에도 모든 사람들에게 자문의료진의 신상을 명백히 밝히고 환자들이 의료정보를 공유하려 할 때 이에 대한 내용을 미리 검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사업적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 플랫폼이라면 네이버나 기타 대형 포털, 대형 유튜버들이 이미 하고 있듯이 특정 병원에 대한 정보제공 시 이해상충관계(COI, conflict of interest)를 명확히 밝히고 게시를 하면 될 것이다.

 

두번째는 상기 설명한 의료 플랫폼 스스로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의료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과는 다른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강화된 법안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진료내용과 정보를 포함하는 게시글에 대하여는 이를 게시하는 사람이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게시할 수 있도록 실명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런 경우 자극적인 비방, 허위 댓글, 허위 게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 잘나가는 식당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식당 주인에게 금전적 댓가를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니 자신의 머리카락 하나를 빼서 음식에 넣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 하였고, 나중에 무고로 밝혀졌음에도 결국 그 식당은 문을 닫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갈수록 의료기관 혹은 의료인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플랫폼은 그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부디 우리 치과계만큼은 미래에도 건전한 치과의료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찌질하게(?) 플랫폼에 들어가 댓글과 후기에 신경쓰는 시간에 더 좋은 진료를 위해 우리의 정열을 쏟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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