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치과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 등록 2024.01.24 16: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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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4년 1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이 신의 직장이라 칭송했던 ‘구글’이 대규모 직원 해고를 감행했습니다. 연봉·복지가 뛰어나고 한번 고용한 직원은 잘 해고하지 않아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던 구글이었기에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시스턴트 부서와 하드웨어와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수백명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핏빗(Fitbit) 공동 창업자였던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직원들은 내부 소식란을 통해 이러한 해고는 비인간적인 해고이며 관련한 공식 설명을 하지 않은 회사에 실망을 쏟아냈습니다. 2023년 1월 구글 전체 인력의 약 6%인 1만 2000명에 대한 첫 대규모 해고가 있은 이후, 기업 문화가 완전히 변화했다고 합니다.

구글은 이번 해고에 대해 회사의 우선 순위와 향후 중요한 기회에 책임감 있게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부연설명을 하였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미나이(Gemini)’ 개발과 생성형 AI 개발에 매달리고 있죠. 
 

세계적 전자상거래와 웹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아마존(Amazon)도 같은 날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였습니다. 아마존 역시 2022년 말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통해 2만7000명 이상을 해고한 바 있죠. 아마존은 2023년 말부터 음성 비서인 알렉사(Alexa)에 ‘생성형 AI’를 탑재시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란 대화나 이야기, 이미지, 동영상, 그리고 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AI입니다. 
 

이 외에도 아마존은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대언어모델은 수많은 파라미터를 보유한 인공신경망으로 구성되는 언어 모델인데, AI 스스로 학습하여 레이블링 되지 않은 상당한 양의 텍스트로 훈련하는 강점을 가집니다. 이는 전 세계인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 상관없이 정보를 탐색하고 AI 어시스턴트와 실시간으로 상담하여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1994년에 인터넷에서 책을 사고 팔게 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아마존의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는 경이롭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는 부분은 안타깝습니다.
 

이제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점은 AI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입니다. AI는 생산성 향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기존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여 특정 분야의 AI가 독점과 실업률 증가와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AI에 의한 한국의 노동시장의 변화를 조사하였고 분석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명은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고소득·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AI가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AI 노출이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전문직(법률, 회계, 세무, 의료 등)의 AI 대체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은 편이며, 이에 대한 조사·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AI 노출이 큰 상위직업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금속재료공학 기술자 등이 있고, 하위 직업에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종교 관련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AI 시대,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어떨까요? AI가 치과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직’은요. 아직은 위의 산업적 변화에서 치과 영역은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특히 치과 임상 분야는 독특합니다. 전세계에 100만명 이상의 치과의사가 있습니다. 전세계 어디든 두경부에 발생한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환자는 자신의 머리를 치과의사에게 내어줘야 합니다. 신체 다른 부위와 다르게, 자신의 머리를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목적이든, 온전히 맡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굉장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자신의 입안으로 도구가 들어와서 치료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통증을 일으키는 일은 심리적으로도 거부감, 불쾌감,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로보틱스와 AI의 결합 기술력이 아직은 치과의사의 손 동작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합니다. 불완전한 로봇에 자신의 머리를 맡겨보는 탐험가 성향의 환자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인간의 정교한 손동작과 손기술, 공감능력, 그리고 개별 환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치의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은 AI가 갖지 못한 특징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기술은 진보하니 임계점이 곧 찾아올 것입니다.
 

저는 치과 분야의 AI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치과의사의 작업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환자 관리의 다양한 측면을 향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타트업인 ‘펄(Pearl)’의 치과 진료를 돕는 AI의 진료 도입을 승인하였고, 세계 50개국에서 동시에 승인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은 엔비디아(NVIDIA)의 합성곱신경망을 활용하여 충치부터 치아균열, 치근농양 등 다양한 치과 질환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일반 치과의사보다 평균 36% 더 찾아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팀과 업체에서 치과 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개선시키고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치과의 기초와 임상 분야에서 AI 기술의 접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10년내에 교육과 연구, 그리고 임상 환경이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룰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러한 치과 분야에서의 AI 기술의 발전은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올바른 기술 도입과 정착을 위해, 환자 프라이버시, 데이터의 보안, 의료 환경에서의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고 관련한 윤리적 및 사회적 쟁점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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