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에이징과 치과(Well-Aging and Dentistry)

  • 등록 2024.04.17 2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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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수(長壽, Longevity)는 역사 이래로 많은 이들이 꿈꾸어 온 본능적인 욕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살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최대한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늙기를 바랍니다. 현대인은 생명과학과 현대의학 등의 발전으로 이전 세대보다 나이에 따른 건강 관리를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자는 높은 연령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서 고령을 준비하고자 하는 보다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고령화율로 나타냅니다. 고령화율은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사회(aged society), 20%이상일때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하죠(표 1). 

 

통계청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의 인구가 20.6%로 전망되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2022년 발간한 평생교육백서에서는 2040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한국(34.4%)이 일본(34.2%)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입니다. 

 

웰에이징(Well-aging)이란 잘 늙는 것 또는 건강하게 늙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우리말로 ‘참살이’라고 합니다. 사전적으로 Well은 ‘잘’, ‘건강하게’라는 의미를 가지며, 긍정적인 상태나 조건을 나타냅니다. Aging은 ‘노화’, ‘연령 증가’라는 의미로, 생물학적 과정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입니다. 웰에이징은 건강한 노화를 지향하며, 노년기의 질병을 최소화하고 노인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웰에이징의 시작은 명확한 단일 발생 시점을 가지지 않고, 여러 학문 분야로부터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개념입니다. 20세기 이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와 같은 국제 기구들이 노인 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여 건강한 노화에 대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 더욱 활발히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후 ‘웰에이징’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 특히 초고령화 시대의 한국과 일본에서, 인구의 노화에 따른 문제점들과 도전적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웰에이징을 통해 치매, 심혈관 질환, 만성 질환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노인 인구의 건강을 유지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의료 및 사회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질병의 예방과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경제적 부담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웰에이징은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인들이 커뮤니티에 기여할 기회를 갖고 사회적 고립을 피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합니다. 사회와 제도가 웰에이징을 목표로 각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이는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치과 분야와 치의학은 웰에이징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치아와 적절한 구강 관리는 전반적인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치과의사는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통해 충치, 잇몸 질환 등을 예방하고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씹기, 즉 저작과 소화능력을 유지하고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그림 1). 이는 영양 섭취의 개선과 직결되어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시킵니다. 턱관절 치료를 통해서는 턱관절과 저작근의 건강을 회복하며, 관련된 통증과 불편감을 줄여주고 뇌(brain)로의 긍정적 피드백을 바로잡습니다. 


많은 동물, 특히 포유류에서 저작은 식욕을 만족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저작기능의 회복은 동물의 전반적인 행동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치과 치료는 얼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미적 외형을 보존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고령 환자의 미백, 보철, 교정 치료 등을 통해 심미적으로 외모를 개선함으로써 자신감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임플란트, 틀니 등의 보철 치료는 치아 상실 후 발생할 수 있는 얼굴 조직의 위축과 변형을 방지합니다. 이는 웰에이징의 핵심 요소인 자아 존중감과 직결되며, 노년층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시민적 측면에서 더욱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여 활동적 노후(active aging)에 기여합니다.

 

노년층이 보다 활동적이고 만족스러운 사회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초고령 사회에서 웰에이징을 실현하는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치료를 통해 구강 건강과 전신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웰에이징을 촉진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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