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날

2024.04.30 16:28:22

황충주 칼럼

춘분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있는 4절기 중 네 번째 날로 북반구에서는 이날부터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남반구에서는 낮보다 밤이 길어진다. 춘분은 태양의 황경이 0°인 날로 추분으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이며, 북반구에서는 태양이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차점인 춘분점에 있게 된다. 춘분에는 추위가 물러가고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며, 남쪽에서 제비가 날아온다. 이 무렵에 농촌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봄기운이 듬뿍 들어 있는 들나물을 캐어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되어 3월 20일이나 21일이 된다. 

 

올해 3월 20일은 춘분이기도 했고 우리가 잘 모르는 UN(국제연합)이 지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기도 했다. BBC 등 외신은 ‘2024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친구, 취미, 가족, 운동 등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나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제 행복의 날은 2012년 UN 총회 당시 UN 고문이었던 제인 일리엔에 의해 제창되어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제정되었다. 행복은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라 규정하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개인의 의무로 한정하지 않고, 세계가 노력해야 할 목표로 선정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가고, 평등하며, 균형적인 경제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 전 지구 차원의 가난 구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의하였다.

 

국제 행복의 날은 전 세계 정부에 사람들이 안전·평안·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조치를 촉구하는 날이며 유엔은 매년 이날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150여 개국 행복 순위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약 150여 개국의 국민 1,000명에게 최저 0점~최고 10점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조사 직전 3년 치 데이터를 평균하여 점수와 순위를 평가하는데 올해 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3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였다. 

 

올해 행복도 1위는 핀란드(7.741점)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탄탄한 사회 보장 체계와 최소한의 소득 격차, 자연과 깊은 유대감이 핀란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으로 평가되었다. 이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이 2∼4위를 차지하는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지켰다. 5∼10위는 이스라엘,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위스, 호주 순이었다. 

 

한국 행복도 점수는 6.058점으로, 52위로 집계됐는데 2021년엔 62위(5.845점), 2022년엔 57위(5.935점)였던 것을 고려하면 체감은 되지 않지만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집권 이후 겪고 있는 인도주의 위기의 영향으로 조사 대상 143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23위와 24위로 2012년 보고서 발간 후 처음으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대신 코스타리카(12위)와 쿠웨이트(13위)가 20위권에 진입했다.

 

세계행복보고서의 발표는 단순히 행복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나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각 나라와 지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그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행복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특히 우려를 표했다. 행복 불평등이란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득, 교육,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사회적 수용과 신뢰, 가족 및 사회적 지원 등 다양한 요소와 관련이 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사회적, 경제적 배제나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경제적 부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교육, 건강, 사회적 관계 및 참여의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사회적 지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사람들 간의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행복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경제적 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 주며 정부와 사회의 각 구성원이 모두 함께 이러한 지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떤 것들이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더 나은 삶을 향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나라에 따라 청년층과 노년층의 행복도에 차이가 있을까? 일본 30세 미만 청년층의 행복도는 73위, 60세 이상 노년층의 행복도는 36위를 기록했다. 한국 청년층의 행복도는 52위(6.503), 노년층의 행복도는 청년층보다 낮은 59위(5.642)였다. 일본은 노년층으로 갈수록 젊은 층에 비해 행복하지만, 한국은 노년층에서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일본은 세계 최초의 ‘노인대국’이며 초고령사회에 2011년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100세 노인의 행복지수가 한국 노인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일본 노인학의 권위자 곤도 야스유키 오사카대 교수는 ‘노화를 인정하는 대신 행복의 기준을 바꾼 결과’라고 분석했다. 행복의 기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가족·이웃과의 연대감이며 도시 집중화를 완화하고,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대 간 격차는 사회적, 경제적 요소는 물론 교육과 고용 기회, 기술 발전과 같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각 세대가 겪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그들의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행복 전도사, 이시형 박사는 그의 저서 ‘人生內功’에서 “돈, 시간, 친구, 취미, 건강”의 다섯 가지 부자가 되어야 황금 인생을 만들어 행복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돈 부자는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유익하게 잘 쓰느냐에 달려있으며, 친구가 많은 사람은 인생 후반이 넉넉한 진정한 부자라고 하였다.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여 쫓기는 시간의 가난뱅이가 되지 말고, 시간 부자가 되라고 한다.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날마다 설레기 때문에 늘 생기가 넘칠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취미 부자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건강이 빈곤하면 위의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해진다. 장수는 준비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고통이며,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축적해 둔 사람에게는 시간을 즐길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문제는 본인의 행복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남이 잘되면 기뻐하고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우리가 머무는 이곳이 천국이 되길 바라는 단순하고 열린 마음을 실행한다면 3월 20일 만이 ‘행복의 날’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