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의원 총회를 보면서 치협이 건강하게 앞으로 나가는 길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생뚱맞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언젠가부터 치협에 대한 불신이 너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다. 지난 총회에서 통과된 협회 대상 형사고소 건이 패소되면 고소인이 법무비용을 부담하자고 한 안건이 통과되면서 느낀 심정이다.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각 기업, 각종 단체 그리고 심지어 일반인 모임까지 이 세상 모든 조직체들은 각각의 감사 시스템을 통해 소속 조직체들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이 속한 조직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안에서 곪는 것도 있겠지만 자체적인 감사라는 정화 시스템으로 곪은 부위를 도려내 새살을 돋게 하여 건강한 몸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물론 곪는 정도가 매우 심각하여 조직 전체를 괴멸시킬 정도라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치협의 몸 상태는 어떠한가. 외부의 힘을 빌려 정화를 해야 할 정도인가. 과연 치협의 건강 상태가 치협을 괴멸시킬 정도라서 툭하면 외부의 힘을 빌린 것인가. 필자의 견해로는 대부분 정치적 의도로 인한 고소 고발로밖에 안 보였다. 물론 당사자야 아니라고 할 것이겠지만 적어도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과거 임원들에 대한 회원들의 고소 고발은 순수한 목적도 더러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인 의도가 더 많아 보였다. 임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이 폭증하기 시작한 것은 예전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10여년 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제29대 집행부 때부터 급증했던 것으로 보이며 고발주체가 특정인 몇몇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치과계에서 어느 특정집단의 세력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면서 이들과 대척점에 있던 임원들이 주 타깃으로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나쁜 반복상황이 현 집행부에서도 내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이번 총회에서 고소고발인들이 패소할 때 법무비용을 고소고발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안이 제안되었겠는가. 총회는 이러한 집행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여 이 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당시 반대의견도 있었고, 아직도 협회의 부정한 내용을 덮어둘 수 없어 고소 고발하는 것을 협회를 비방할 목적으로 고소 고발하는 것으로 치부될 수 있겠는지를 묻는 회원들이 있는 것 같다. 그 대답은 감사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사가 총회에서 선출하는 이유는 감사의 역할이 매우 중대해서다. 바로 이러한 무모한 고소 고발로 집행부의 동력을 마비시키는 불필요한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감사의 역할뿐이기 때문이다. 감사는 치협이라는 조직체가 부패하기 전에 이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외부의 힘에게 치협의 내부 문제가 고발되는 것은 감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그러려면 감사는 중립이어야 한다. 어느 세력에 의해 조종되는 감사라면 그 감사의 감사결과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회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만일 정치적인 이유로 집행부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감사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특정인에게 고발을 부추기는 감사라면 감사로서의 자격미달이다. 더욱이 감사가 고발 주체가 되었다면,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다.
이번 총회에서 법무비용 고소인 부담 건이 통과됐다는 것은 감사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다. 감사의 치과계 내부 문제해결 능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까지 노력해 온 감사의 모든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더 노력해서 집행부의 회무회계의 감사를 두 번 다시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순수하게 오로지 회원들을 중심에 두고 해 달라는 요청이다.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면 치과계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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