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의 2000명 증원 발표와 함께 시작된 의과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의 휴학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묘책을 찾지 못한 채 6개월이 흘러갔다. 사실 이렇게 끝간 줄 모르고 길어지게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의대 학생과 전공의들 자신들마저도…그리고 현장에서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고수하는 교수와 전임의들 조차도!
전공의들이 거의 한 연차를 마칠 즈음인 2월에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났을 때, 교수들은 2020년의 전공의 파업의 기억을 떠올렸고, 곧 돌아오리라 생각하고는 학습된 대로 나름 젊은 교수들과 펠로우들의 도움을 받아, 비상운영 계획을 세우고 대처했다. 그러나 떠나간 그들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비록 과외 알바를 하고 택배를 뛰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1년만 더하면 그토록 바라던 전문의가 되는데도, 또 어렵사리 경쟁을 뚫고 수련의 길에 들어섰는데도… 일단 들어와서 투쟁하자는 교수들의 설득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단체 행동을 MZ세대의 특징이라고, 개인적 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으로 호도하던 정부와 조속한 정상적 병원 운영의 회복을 기대한 병원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공권력을 이용하여 진료 유지하라 하고, 사직서 수리 금지 등의 행정 명령을 하고 심지어 추가 모집까지 하여도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나 해야 할까? 처음에는 의사의 대의를 위해서 묵묵히 견디어 가던 교수들도 이젠 지쳐가는지 요즘 복도에서 만나는 동료 및 후배 의과 교수들의 낯이 흙빛이 되어간다. 사직 사태의 시작에 보여주던 웃음기와 제자들을 응원하던 각오는 사라져 버리고, 정교수가 더 많은 역(逆) 피라미드 구조의 병원에서 더 이상 갈아넣을 몸과 마음이 남아있지 않다는 표정이다.
인력 부족으로 진한 진료 공백은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2차 의료기관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치과 수술실을 배정받아 한 달에 약 50건 이상의 치과 수술을 진행하며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마취과 전공의의 부재는 전공의 인력에 의존했던 수술실 운영에 차질을 가져왔고 그 결과 치과의 수술은 중증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되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물론 촌각을 다투지 않더라도, 수술의 필요성은 다르지 않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연쇄적으로 병원 내에서 치과 입지의 약화와 더불어 치과의원에서 의뢰되는 전신질환자와 치과 응급질환자의 처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명약관화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초래된 진료의 감축이 단지 의과만의 문제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필자의 근무처는 전문의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는 군전공의 수련기관으로, 이후에는 통합치과 임상의(AGD) 수련기관으로 전공의를 양성하며, 이들과 함께 치과의 의료전달 체계의 한 축을 구성해왔다. 그러나 5개과 이상을 설치해야만 치과의사 수련병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미흡하므로 수년전부터는 전공의 없이 교수만으로 진료를 시행하며 필수적 역할을 해왔다. 과거에는 주간에는 지역의 치과의원 진료 중 발생한 응급상황을 처리하고 야간에도 필요한 경우에 2차 치과 의료기관으로 제 몫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과의원에서 급한 연락이 와도 3차 치과대학병원으로 보내시라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 과연 발치 중 갑작스러운 출혈이 발생했다고 같은 지역을 떠나서 서울 소재 치과대학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을 환자가 납득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 개인 치과의원의 치과의사는 어떻게 이를 설명해야 할까? 결국 이는 모두 1차 의료기관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에서는 의료 개혁을 위해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시행규칙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의견을 모아, 시행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치과 전공의 수련 환경을 옥죄고 있는, 5개과 이상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수련치과병원의 지정 규정을 현실에 맞게 3개과 정도로 완화한다면, 의과대학 부속병원 및 그 지역의 종합병원이 국민의 구강건강의 일선에 서있는 개원의들이 편하게 의뢰할 수 있도록 지역의 2차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가 없어진 의대 병원의 상황은 필자와 같은 상황에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2차 의료기관의 치과 전공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련 병원을 늘린다면 수련 기회 확대로 전문의 배출이 증가되어, 향후 전문의 중심으로 의료를 개편하려는 시책에 발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과의 전문 과목으로서 역할 강화, 그리고 수도권에 집중된 치과 응급의료체계의 지방 확대를 도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