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이 치협의 존립 자체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회비 납부율이 지지부진한데, 회비는 치협 회무의 핵심 동력인 만큼 치과계 전체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치협이 집계 중인 회비 납부율(금액기준)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014년 73.7%였던 회비 납부율은 소폭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2022년에도 73.1%에 그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회비 납부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2019년도도 75.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의협, 약사회의 회비 납부율이 80%를 상회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치협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은 유독 두드러진다.
# 실제 납부율은 더 하향 예상
특히 이처럼 낮은 회비 납부율조차도 현재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진 못한다.
치협에 등록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에 근무 중인 ‘깜깜이 회원’이 존재한다는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치협의 총 회원 수는 3만4684명, 지난해 치협 회비 납부 회원으로 지정된 인원은 2만1949명 수준이다. 심평원에서 최근 발표한 2023년 활동 치과의사 수가 2만8392명임을 고려하면 6400여 명의 현역 치과의사가 회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상황. 이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회비 납부율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치과의사의 무관심은 더욱 심화한 상태다. 우선 지난 10년간 치협에 등록한 신규 회원 수를 살펴보면 2015년 1126명이 등록한 이래 수년간 600여 명을 오르내렸다. 이어 2021년에 594명으로 600명대 선이 무너졌고, 이듬해 480명, 지난해는 252명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치협 회무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치협 선거·투표권을 가진 회원(입회비, 연회비, 기타 부담금 미납 내역 3회 미만)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봐도 29세 미만은 3.4%, 30~39세는 7.8%에 불과하지만, 40~49세는 27.1%, 50~59세는 34.6%, 60~69세는 25%, 70대 이상은 2.1%로 중·장·노년층 회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미납 회원 면허신고제 등 차등 강구
납부율 하락의 배경에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치협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 부족도 포함돼 있다. 특히 젊은 회원의 경우 신규 치과 개원의 어려움, 치과의사 과잉 공급과 저수가 경쟁으로 인한 소득 감소 등 치과계에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은퇴를 앞둔 고령 치과의사들도 치협의 역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납부를 꺼리는 사례가 감지된다.
이 같은 납부율 하락에 따라 치협의 재정적 안정성이 약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회원이다. 치협은 치과의사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자문, 학술 지원, 대정부 정책 건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치과계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업무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협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치협은 의무를 다한 회원과 그렇지 않은 회원 간 차등을 두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원에 책임을 묻거나, 면허신고제, 보수교육 등록비 등 혜택을 차별화하고, 특히 치협 중앙회와 지부가 아닌 타 학술대회의 경우 필수교육을 자제토록 당부할 방침이다.
의무를 다한 회원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확대해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우선 회비 납부 회원에게 선거·투표권을 비롯 치협 위원회 위원 위촉, 치과계 대표 예술 공모인 치의미전 참가, 치협 종합학술대회 등록비 할인, 경영세미나 참여 무료 혜택, 치의신보 등 치협 발간물 발송,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비용 면제, 회원고충 상담서비스,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 보건의료단체에서도 회원 참여를 독려키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의협의 경우 보수교육 등록비 감면 혜택을 이미 적용하고 있고, 약사회는 회원 배포용 약국 청구 프로그램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 한의협은 회비 납부 안내 후 1~2달 내 완납하면 중앙회비를 5~10% 감면해주고 있다. 특히 장기 미납 회원에게는 지급명령신청, 채권 압류, 추심명령 신청 등 법적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