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치과 개원 시장을 장악했던 ‘서울 불패’ 공식이 점차 깨져가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는데 서울 위주의 치과 개원이 둔화하는 반면, 경기도 신도시 위주의 개원은 활황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치과 개원, 폐업 수는 지속 내리막길을 걷는 등 침체기를 걷고 있다. 이번 결과는 본지가 올해 11월 30일까지 최신화된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 치과의원 개원·폐업 현황을 돌아본 결과다.
서울의 치과 신규 개원은 매년 약 150건으로 유지됐으나, 2021년 131건을 기록한 이래 110건, 102건으로 지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올해도 108건으로 여전히 낮다.
이처럼 하락한 서울의 개원 수요는 경기도로 옮겨 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서울과 비슷했던 경기도의 신규 개원 건수는 최근 몇 년 새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올해 경기도의 신규 개원은 122건으로 서울보다 13%(14건) 더 많다.
신규 개원한 치과 수에서 폐업 수를 뺀 ‘순증가’를 살펴봐도 경기도의 강세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경기도의 치과 순증가 수는 60건으로 전국 치과 순증가(151건)의 40%를 차지한다.
기간을 넓혀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5년간 경기도의 치과 순증가는 무려 533건으로 전국(1207건)의 44%에 달한다. 특히 신도시를 보유한 주요 지역에서 개원이 활황이다. 수원은 치과 순증가 75건을 기록해 가장 많았고, 이어 화성(71건), 성남(68건), 용인(61건), 고양(55건) 등 순이었다.
반면 서울은 올해 순증가 수가 13건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순증가 59건을 기록했는데, 경기도 순증가의 11%에 그치고, 전국 평균(71건)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심지어 작년(-19건)과 재작년(-2건)에는 치과 순증가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밖에 올해 치과 순증가가 많았던 지역으로는 인천(15건), 충남(15건), 경남(13건), 대구(10건) 등이 있었다.
이동권 브랜드본담 대표는 “대형 저수가 치과와의 개원 경쟁 등이 서울 개원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 경기도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서울은 입주물량 증가로 개원 집중도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치과 대형화가 소형 개원 상쇄
전국적으로 올해 치과 신규 개원은 총 448건으로, 지난해(543건)에 비해 95건(17.4%) 감소했다. 폐업도 297건으로 전년도(367건)에 비해 70건(23.5%) 감소했다. 순증가는 151건으로 지난해(176건)에 비해 25건(16.5%) 줄었다. 올해 12월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더라도 이 추세라면 지난 10년간 최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국적으로 개원 시장의 위축을 진단하는 한편, 환자들의 대형치과 선호에 따른 작용·반작용의 결과라는 분석도 내놨다. 즉 공동개원 등을 통한 치과 대형화가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개의 소형 치과 개원을 상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신규 개원 치과의 면적(중앙값)은 212.8㎡(약 64.5평)로 2019년(174㎡, 52.7평)을 기점으로 급격히 느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매출·환자·수가 ‘3저 현상’이 개원가의 고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우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부회장은 “규모의 경제를 노린 개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규모가 크면 운영 비용도 늘어나기에 차별화된 경쟁 우위 요소를 지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병국 원장(죽파치과의원)도 “생존과 성공을 위해 진료·서비스를 모두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