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에서도 앞으로 AI와의 융합이 계속해서 이뤄질 것 같아요. 이런 변화 속 치과 종사자들도 어떤 AI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지, 이런 기술들이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꾸준히 접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AI 활용 역량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AI가 어느덧 치과계 일상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외부 AI 전문가가 바라본 치과계 AI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장요한 연구원(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지능시스템연구실, 담당 교수 백승준)은 최근 많은 AI 전문가가 치과계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연구원은 지난 2023년부터 ▲치수강·상아질·법량질 자동 분할로 근관 형태 분석 ▲정확한 치관·치근 연결 구조를 제공해 CBCT 보철물 아티팩트 IoS(Intraoral Scan)로 보정 ▲크라운 데이터만으로 치근 형태 예측 기술 등을 연구·개발했다. 해당 연구들은 ‘의료영상 컴퓨팅 및 컴퓨터 보조 중재 국제학술대회(MICCAI)’ 등 AI 관련 유수의 국제 학술 무대에 소개되며 인정 받았다.
장 연구원은 치과 AI 연구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실제 임상에서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보람 있었다. 단순히 논문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치과 치료 현장에서 AI가 진료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큰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장 연구원은 치과계 연구자·임상가들의 치밀함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치아의 내부 구조 및 상악·하악의 다양한 뼈 구조 등을 라벨링 할 때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이 바라본 치과에서의 AI가 가진 장점은 해부학적 요소에 있었다. 그는 “사람마다 치아 세부 형태는 다르지만, 절치·견치·구치처럼 형태의 기본적인 분류가 명확하고 상·하악의 아치 구조나 좌우 대칭성처럼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변화가 발생하는 범위를 AI에 학습시키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임상에서 곧바로 예측하기 어려운 패턴을 파악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장 연구원은 AI 기술을 낯설어하는 치과계 종사자들에게 팁을 전했다. 장 연구원은 “AI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모델 구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이 부담스럽다면 아키텍처 자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임상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좋은 접근”이라며 “결국 치과 AI 모델은 임상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고 조언했다.
■타 의료계 AI 활용은?================================
EHR·웨어러블 등 활용 다양…AI로 체질 개선
데이터 활용 환자 행동 분석·관리, 진단 정확도도 향상
의료자원 효율적 배분, 행정업무 간소화, 진료 기록 등
AI는 현재 여타 의료계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최근 의료 AI에 관한 정보와 함께 이를 활용한 소식이 공유돼 눈길을 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의료 AI의 병원 적용사례와 과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헬스케어(Healthcare)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행정 업무, 임상 문서 작성, 환자 지원은 물론 영상 분석, 의료기기 자동화, 환자 모니터링과 같은 전문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의료 영상 분석으로 질병의 조기 발견 및 패혈증이나 심부전과 같은 고위험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는 모델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AI는 환자 맞춤형 알림이나 콘텐츠를 통해 치료 참여도를 높이고, 웨어러블 기기와 전자의무기록(EHR)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관리하는데 활용된다. 더불어 청구 처리, 임상 문서화, 수익관리, 의료 기록 관리, 챗봇을 통한 상담 등 행정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이 밖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AI가 패혈증 발병예측과 유방암 초기 진단 등의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의약품개발 및 제조 등의 과정에 활용되며 예측 모델링으로 환자 입원예측, 병상, 직원, 장비 사용 등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진료 예약, 청구, 전자건강기록 관리 등의 행정업무 간소화에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AI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의무 기록 작성 같은 서류 작업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AI가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기록하고 요약, 의무 기록까지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스템을 지난 3월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연세의료원도 지난해 11월부터 환자의 진료 기록 작성을 지원하는 AI 기반 시스템 ‘와이낫(Y-Knot)’을 도입했다. 전공의 공백으로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지자 병원 측이 빠르게 AI 레지던트를 도입한 것인데,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받고 퇴원하기까지 과정을 AI가 기록하는 등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밖에 흉부 X-ray 외주 판독에서 정상으로 판단된 환자에 대해 AI가 실제 폐렴으로 진단한 사례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