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AI가 흔드는 패러다임, 치과계 준비는…

  • 등록 2025.12.03 20: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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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Ⅰ - 치의신보 기획 지상 포럼 ④ AI 물결 속 치과계 현재와 미래

 

 

앞서 살펴본 개원가와 대학병원의 변화, 전 회원 설문, 전문가 진단 등에서 드러난 기대와 우려와 같이 치과계는 이미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을 현실로 체감하고 있다.


진단 정확도 향상, 시뮬레이션 기반 예측 진료, 보철 자동 설계 등 상용화 모델이 등장했고,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실사용 중이다. 또 환자 상담, 경영지원, 데이터 분석까지도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 교육 공백, 법적 책임 등 현실적 과제 역시 함께 드러나며 기술 확산 속도는 빠른데 치과계의 준비는 충분한가에 대한 물음표도 동시에 떠오르고 있다.


창간 59주년을 맞은 치의신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8월 26일 시작한 기획 포럼 4부작의 마지막 순서 ‘AI 물결 속 치과계 현재와 미래’를 대주제로 관련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지난 11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날 포럼에는 치의신보 편집인인 이석초 치협 공보이사를 좌장으로, 이승표 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 회장(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구강해부학교실 교수), 이재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회장(신세계치과), 허수복 ㈜디디에이치(DDH) 대표 등 학계·개원가·산업계를 대표하는 세 명의 패널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각각 연구·임상·산업의 관점에서 지금 치과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피고, 치과 AI의 현재와 미래, 치과 현장에서 체감되는 기회와 한계를 점검했다.


포럼의 핵심은 AI가 치과의사를 대체하느냐가 아닌 AI 시대에 치과의사가 어떤 역할을 새로 정의해야 하는가에 맞춰졌다.


패널들은 AI가 치과 진료의 효율성·정밀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는 있으나, 결국 최종 판단과 책임은 항상 치과의사에게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시에 AI 교육의 지체, 데이터 플랫폼 부재, 산업계 중심의 기술 확산 등 현 시스템이 가진 취약성도 다각도로 살폈다.


이석초 공보이사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과제다. 그러나 지금 구조는 산업계·학계·개원가가 따로 움직이는 분절 구조에 머물러 있다. 치협 역시 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정보통신’에서 머무는 시대는 지났다. 치과계 전체가 AI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 역할과 구조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이승표 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 회장==========================

 

“치과 AI, 임상·교육·연구 통합으로 도약”
영상 중심서 전 분야 확장…교육 방식 변화 시급
로보틱스·AI 결합 진료 변화, 윤리 교육도 부각

 

 

“치과계도 이제는 AI 교육과 임상, 연구 간 연결고리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빠른 기술 확산 속에서 준비가 늦어질수록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표 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 회장은 ‘치과 AI의 현재와 다음 과제’를 주제로 치과계가 마주한 구조적 변화와 과제들을 짚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치과 분야에서도 AI 기술 도입은 진단 보조, 영상 판독, 교정 진단, 환자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이미지 기반 진단과 세그멘테이션은 치과 AI 중 가장 빠르게 상용화가 진행된 분야다. 파노라마와 CBCT 영상 기반 자동 판독 기술은 임상 전환 단계에 진입했고, 판독 시간 단축과 오류 감소 측면에서 임상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치과 AI 관련 연구는 이미 폭발적 확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2000~2023년 발표된 치과 AI 연구 651편 중 88.7%가 2019년 이후 집중돼 있다. 보철학과 임플란트 분야에서도 3D 프린팅, 설계, 제조 시스템을 결합한 최신 연구가 미국·중국·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의 AI 활용 역량이 오히려 교수를 앞서는 사례가 많다며 치과대학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현재 일부 교수 개인 차원의 강의 외에는 학부 과정에 전담 교과목이 없고, 대학원 및 대형 병원 중심 교육이 편중돼 있으며 통합형 커리큘럼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AI 기본지식과 응용, 임상 실습을 연계한 단계형 교육이 시범 운영되고 있고, 챗봇 기반 학습 도구와 개인 맞춤형 학습 모델이 도입되는 등 교육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회장은 AI 자체는 물론 교육법의 변화까지 포함해 기초·응용·임상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과목 개설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치과 AI의 임상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과제로 임상·교육·연구의 통합과 과목별 AI·디지털 혁신, AI 인재 양성, 리더십 구축을 제시했다. 특히 병원 차원의 임상 정보 데이터셋 플랫폼 구축을 위해 임상 참여와 병원 진료가 동시에 데이터 축적 환경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진료기록 요약, 예약, 청구 등 반복 업무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AI 관련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이 기본 역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로보틱스와 AI가 결합해 진료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원격·네트워크 기반 진료가 활성화되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윤리 교육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은 “AI가 치과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치과의사상이 변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대학과 직역이 함께 준비된 치과의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회장===================

 

“치과 진료 철학 속 AI 통합 여부가 관건”

진료·경영·사고방식 등 근본 변화 혁신 축
데이터 객관화 진단 영역에 큰 도움 전망

 

 

“최근 몇 년 사이에 디지털 스캔 등 AI가 보철 디자인을 도와주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굉장히 큰 혁신이 일어났어요. AI는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를 진료 철학 속에 어떻게 통합하느냐’ 같아요. AI는 오히려 근거를 시각적으로 제시해 보다 정밀한 진료와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재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회장은 ‘진료실에서 실제로 이렇게 씁니다 – AI가 바꾼 치과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현재 운영 중인 병원에서 활용 중인 AI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윤 회장은 AI가 단순한 장비가 아닌 치과 진료와 경영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축임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진단 보조 ▲영상 판독 ▲상담 기록 ▲환자 관리 ▲홍보 콘텐츠 제작 등 치과의 많은 과정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먼저 임상 부분을 살펴보면, AI 기반 파노라마 엑스레이 구강질환 자동 진단 솔루션 기술이 탑재된 기기는 치조골 변화와 병변 등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위험도를 수치화해 진단의 간편성을 높인다. CAD/CAM과 연동된 보철 자동 디자인 시스템은 AI가 보철 디자인을 제안하도록 해 설계 시간을 단축시킨다. 또한 AI가 스캔바디를 자동으로 인식 후 매칭해 모델리스 워크플로우를 가능하게 한다.


AI 기술은 치과 경영 및 행정 부분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낸다. 이 회장은 AI가 녹음된 상담 내용을 요약해 차트 작성과 상담 기록을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시스템인 D-Note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환자의 복용약 정보를 AI 약물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환자에 따른 응대 매뉴얼을 소개해주는 것 등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노션(Notion) 기반의 재고 및 매뉴얼 관리 시스템의 경우 소모품의 자동 재고 알림, 진료 매뉴얼, 인수인계 문서 등을 자동으로 업데이트 해 치과 직원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스마트 플레이스 기반의 24시간 예약 시스템의 경우 구글과 네이버지도와 연동돼 예약·리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영 지표 분석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된 매출 구조, 환자 유형, 진료 빈도 등 활용법도 전했다.


이 회장은 “AI가 데이터를 좀 더 객관화시키기 때문에 데이터 진단 영역 등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AI가 치과의사들의 객관적인 비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허수복 ㈜디디에이치 대표 ===================


“디지털에 AI 접목, 데이터 덴티스트리 전환”
캐드캠 자동화, 진단 영역 AI 투자 세계적 추세
멀티모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발전 전망

 

 

“과거 손으로 임프레션 캐스팅을 하던 아날로그 덴티스트리가 디지털 덴티스트리로 전환됐고, 이제는 AI가 데이터 덴티스트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고 퀸텐센스 저널이 진단과 치료 영역 모듈이 다 플랫폼으로 통합된 클라우드 덴티스트리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한 것이 5년 전, 그리고 현재 정확히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허수복 ㈜디디에이치(DDH) 대표는 AI 구강질환 자동진단 및 진료지원 솔루션 ‘파노(PANO)’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치과 임상가이자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가로 관련 기술의 발전상을 짚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치과의 임상 워크플로우는 검사 및 진단과정인 ‘업스트림(upstream)’, 치료과정인 ‘다운스트림(downstream)’ 두 영역으로 나뉘는데, 치과의 디지털로의 전환은 구강스캐너의 등장과 함께 다운스트림에서 활발히 진행됐다. 본을 뜨고 크라운이나 교정장치를 제작하던 전통적인 가공의 환경이 모니터 상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패턴으로 바뀌었을 뿐, 작업자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노동집약적인 구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AI의 발전으로 다운스트림에서는 스캔데이터에서 관심 영역을 추출 및 변형, 가공하는 등 작업자의 가공 프로세스를 모듈별로 자동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작업물의 퀄리티를 상향 평준화시키고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수복 대표는 “다운스트림 영역에서는 CAD SW의 완전 자동화가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것이다. 크라운, 덴쳐,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 디자인의 자동화로 작업자의 개입이 최소화할 것”이라며 “반면 동적인 치아 이동을 구현하는 것은 현재 시뮬레이션에 머물고 있다. 실질적인 이동 주체인 치근의 형태와 볼륨, 치조골의 볼륨과 밀도, 최적의 이동 경로 제시 및 학습 등은 기반 데이터 확보와 이동 시 변수에 대한 고려사항들이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름 엑스레이에서 디지털 엑스레이로 바뀐 정도에 머무르고 있던 업스트림 영역에서도 최근 AI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설명. 미국의 치과용 AI 플랫폼 ‘오버젯(Overjet)’이 2024년 상반기 약 700억 원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하며 DSO(Dental Service Organization)와 제휴해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미국 치과 AI 솔루션 기업 ‘Pearl’ 역시 치과 인공지능 기업 사상 가장 큰 금액인 약 750억 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허 대표는 “업스트림 영역의 AI는 현재 다빈도 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구강 내 중대질환·희귀질환으로 확대, 텍스트를 포함한 멀티모달 데이터 기반의 임상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으로 발전할 전망”이라며 “다만 국가 간 의료 인프라가 상이해 호환성이 사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로 치과 미래 ‘재편’ 준비 없는 변화는 ‘위험’


이날 포럼은 치과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구축의 문제라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패널들은 영상 진단, 보철 CAD/CAM, 교정 예측, 진료 설명, 보험 청구, 예약·기록 자동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 실사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개원가의 도입률은 아직 낮다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기술의 속도는 빠르지만 제도, 교육, 데이터 등 필수 기반도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AI 기술은 이미 시장에 나왔고, 산업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치과계가 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교육 개편, 데이터 표준화, 법·윤리 기준 확립, 인력 재정의 등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승표 회장은 “연구·교육·임상의 삼각 축이 연결되지 않으면 치과 AI의 임상 확장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은 여전히 준비가 늦고, 데이터셋 구축은 미비하며, 개원가는 실제 기술 체감을 하지 못한 채 산업계가 주도하는 AI 확산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윤 회장은 개원가에서 체감하는 도입 비용, 사용 난이도, 시간 부족, 환자 수용성 등 현실적 장벽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임상을 확장하는 도구”라며 “새로운 교육, 발상의 전환의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 역할에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수복 대표 역시 산업계 관점에서 상용화 가능성과 한계를 설명하며 “표준화된 데이터 플랫폼 구축 없이는 한국형 치과 AI 생태계는 완성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포럼은 치과계가 AI 도입에 대해 지나친 기대도, 과도한 불안도 아닌 현실적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함을 보여준다. AI는 치과의사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판단력·감독능력·윤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역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치협도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체질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포럼에 참석한 손찬형 정보통신이사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치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미래지향적인 치협이 되도록 회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석초 공보이사는 “AI 시대에 치과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뒤처짐이다. 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데, 정작 치과계 전체의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AI가 치과의 미래를 흔들지 않도록, 오히려 치과계가 AI 시대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제도·정책·데이터 인프라 등 기반을 먼저 마련해 학계와 산업계, 개원가가 함께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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