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미래의 꿈 /조선경 (본지 집필위원)

  • 등록 2004.05.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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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위정편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열다섯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살 때 입신했으며, 마흔살에 미혹하지 않고 쉰살 때 하늘의 명을 알았다. 예순살때는 귀에 따랐고 일흔살이 되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내 나이 이제 40세가 넘은 불혹의 나이이다. 나의 20대는 군사정권 시절로 우리의 의견은 대오를 이루고 고함을 외치는 데모대에서 흘러나오는 구호로만 전달이 가능했으며, 어린 것들이 공부 안하고 뭐하는 짓들이냐는 어른들의 꾸지람으로 아무소리 못하고 쥐 죽은 듯 했으며,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는 이어지는 바쁜 병원생활로 사회,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 당시 40대 사람들은 한참 일하는 나이로 사회 및 정치적으로도 참신한 일꾼이라는 말을 들으며 국가 장래를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견으로서 가장 인정받는 세대로 인식됐다.


요즈음 유행하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있다. 이십대 젊은이들의 태반이 백수라는 말인데 이 말의 뜻과는 달리 이십대는 상당한 파장을 지닌 신세대로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나의 20대 시절에는 직업이 없이 놀고 지내는 것이 개인의 수치인 것은 물론이고 집안의 허물로 여겨져 심한 구박을 받는 풍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옛날보다 휠씬 경제적으로 풍성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가 백수로 놀고 있는 20대에 의해서 좌우되고 그들의 의견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30대 명퇴라는 말이 나돌더니 이제 40대는 대화가 어려운 늙은이 취급이고 심지어 50대이상의 노인세대들은 선거에도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은 현재의 세풍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늙지도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 40대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 걸친 컴퓨터의 급속한 확산과 디지털 정보화시대로의 과정을 거치며 이미 쓸모없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50~80대 어른들은 황폐한 이 나라를 고난과 역경 속에서 오로지 희생정신 하나만으로 국가를 다시 재건하고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고 우리 40대들 역시 어르신들의 뜻을 이어 받아 열심히 일했는데 작금의 사회현실 인식으로는 무슨 대우와 취급인가?


요즘 정치 및 문화 분야에서는 20∼30대들의 의견이 주축을 이루고 그 나머지 세대들은 그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양상이 됐다. 경험을 중시하는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해 위계질서가 확립된 사회였지만 컴퓨터의 등장은 빠른 정보와 신속한 대처를 요구했고 이에 뒤쳐지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심지어는 나이파괴 현상까지 초래돼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심각한 개인주의로 빠져든 것 같다.


시청 앞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 나는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광장에 줄지어 앉아있는 20·30대, 그들은 지금 산업현장이나 사업장에서 젊음을 불태우며 열심히 일해야 할 나이인데 누구를 위해 이런 소모적인 정쟁에 휩싸여 있어야 하며, 이들의 발전과 장래를 걱정해야할 어른들이 어떠한 명분으로 이들을 선동해 거리로 내모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우려가 됐다.


나는 미숙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으로 누구한테도 가르침을 내릴 만큼의 인물은 못 되지만 모두가 존경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20·30대여! 지금은 미래의 꿈을 위해 자아발전에 부단히 노력하고 자숙할 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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