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알아야 할 환경보건 이야기

  • 등록 2025.07.02 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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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중보건학을 공부하고 있는 필자는 최근 Environmental health(환경보건)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수업을 수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환경보건은 “인간 건강과 환경 사이의 모든 요인들을 다루며, 이러한 환경요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통제하는 분야”로 정의된다.


분리수거는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필자에게도 다소 생소한 주제였다. 그리고 이 수업을 계기로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너무나도 흔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되는 공기와 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이나 환경호르몬 관련 보도에는 익숙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이 드문 듯하다. 매년 여름이 전년도보다 더 더워지고, 극한기상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기온이 오를수록 수인성 세균이 증가하고, 수돗물 정수 과정에서 염소 투입량도 증가하게 된다. 또한, 기온이 높아질수록 물의 산도(pH) 변화와 온도 변화 때문에 수도관에서 납이 더 쉽게 용출된다. 납 노출량과 지능(IQ) 사이의 관계는 수십 년간 연구되어 온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소량의 납 노출조차도 지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극심한 미세먼지와 공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면서도 실내 공기에 대한 고찰은 많이 없는 듯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실외 공기질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지만, 실내 공기질에 대한 규제는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 정의하는 다중이용시설 중 하나인 의료기관에는 치과의원도 포함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기질 관리가 부족한 편이다.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분진·바이러스·세균)로 인한 오염물질이 염려되는데, 이는 진료 시간에만 잠깐 방문하는 환자들보다 항상 진료실에 머무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방사선 노출에는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정작 실내 공기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FDI 세계치과의사연맹이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Sustainable Dentistry” 이다. ‘Sustainability’는 한국어로 ‘지속가능성’으로 번역되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Sustainable Dentistry는 ‘지속가능한 치과의료’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치과 진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다.


보건의료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치의학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치과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업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글러브, 석션팁 등만 생각해 봐도 대부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치과에서 사용하는 재료 중에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물질도 많은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말감(amalgam)이다. 아말감에 포함된 수은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환경으로 유입된다. 대기 중으로 증발할 수 있고, 토양과 지하수로도 누출될 수 있다. 미나마타 협약(Minamata Convention)은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 하에 수은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이며, 치과용 아말감 사용의 단계적 감축을 권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치과용 수은이 전 세계 수은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치과를 포함한 의료시설은 전체 폐수 중 수은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한다고 보고되었다.


이처럼 치과 진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FDI의 Sustainable Dentistry 프로젝트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상적인 치과진료로 인해 영국 한 국가에서 매년 폐기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은 24억개로, 이 개수는 한국 인구의 48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진료를 하며 만들어내는 환경적 흔적에 대한 경고이자 질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치과계는 환자의 건강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한 환경적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진료실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일부터, 재사용 가능한 기구의 사용, 아말감 분리장치의 설치 등 치과의사 한 사람의 선택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환자의 건강을 돌보듯, 이제는 ‘우리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도 함께 보살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다솜 치협 국제위원회 위원,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정책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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