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속도

  • 등록 2025.10.15 15: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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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벌써 2025년이 하반기에 접어들어 출근 시간에 외투를 걸치는 날씨가 되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인턴 생활 중이라 그런지 유독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요즘 특히 인생의 속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 저만의 속도를 가지고 살아가긴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보통의 속도 또한 있지 않은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게 됐지만 동기들과 함께여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그 친구들마저 로컬로 나가 어엿한 1년차 치과의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걸 보니 체감하게 된다.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한 친구들은 벌써 회사생활이 6년차에 접어들고 주변 친구들도 석사는 무슨, 박사를 땄다. 남자인 친구들은 더 이상 예비군이 아닌 민방위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가족의 모습을 띄며 살아가는 걸 보니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 나는? 내 나이도 이제 더 이상 “어리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30대인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수련까지 받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았는데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얼마 전 컨디션이 안 좋아 겨우 시간을 내 병원을 다녀왔는데 건강에 적신호가 깜빡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그때부터 이 인생의 속도라는 게 계속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내가 계획했던, 내가 원하던 속도와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게 된다는 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가 된다. 주변인들과 수많은 책들이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예로 들며 각자의 속도가 있음을 강조하지만, 막상 내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떨치기 어려웠다.


조금 쉬면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싶지만, 그건 내 계획에 없었다. 이미 조금 느린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거기서 또 브레이크라니 머리가 화끈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일이 있을 때 괜히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원스럽게 대처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부럽다. 이럼 어쩌지, 저럼 어쩌지,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내 태도가 걱정을 키운다. 이때까지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지만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도 멋진 결말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면 “건강하게 지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정말 진심을 담아 하는 인사말이라는 걸 알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부디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수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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