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가위를 맞이하면서 필자는 과거 치과계와 오늘날의 치과계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필자가 종종 과거 치과계를 그리워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치과계가 어지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거를 치르고 나면 잡음은 있을지언정 해를 거듭하며 법정 다툼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수년이 지나도록 조직을 구성하여 집요하게 현 집행부를 공격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논쟁도 서로의 선을 넘지 않았고 비난을 할지라도 상대방의 인신공격은 삼갔었다. 서로 간의 최소한의 존중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불과 십수년 전부터 시작한 치과계 정서는 서로 헐뜯고 잡아 뜯고 할퀴는 일이 다반사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자들은 쉴 새 없이 현 집행부를 공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현 집행부를 헐뜯어야 차기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허황되고 낡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몇 년전 당시 협회장이 1년 임기만을 마치고 중도 사임하여 보궐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가 시작되었을 때 직전 임원들이 자신들은 정관에 의해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것이기에 새 집행부에게 임원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핑계로 2년 동안 추한 동거를 하면서 심지어 협회장을 도와 일을 해야 할 전직출신 부회장이 당시 집행부에 대한 항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수없는 내부 총질로 제대로 회무를 할 수 없게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치과계 역사상 가장 오점으로 남을만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이후 2년 임기 후 다시 선거가 치러지자 그 행위를 한 당시 부회장은 협회장 후보로 나섰지만 현명한 회원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었다. 필자만이 아니라 회원 대다수가 그가 행한 행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치과계 수장자리가 무한 권력의 자리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폼만 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닐텐데 왜 그렇게 무모한 행위를 통해 당시 집행부의 발목을 열심히 잡으면서까지 대권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 하려 했었는지 매우 안타깝기도 하고 측은한 심정까지 든다.
그는 자신이 내부에서 발목을 잡고 흔들어 대면 많은 회원들이 박수를 쳐줄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제아무리 동창들이라 해도 그러한 행위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집행부를 대내외적으로 공격하는 행위에 호응할 회원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차기 대권을 원하는 자들이 하나 둘 서서히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미 시작한 예비후보도 있을 것이다. 회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처럼 오로지 학연과 지연에만 매몰되어 투표를 한다면 오랫동안 지연에 매몰되어 우리나라를 둘로 쪼개놓은 퇴보적 정치계와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을 회원들이 얼마나 각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 치과계는 한국 정치계처럼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퇴행적 선거문화에서 탈피할 수준 높은 선거문화를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출마한 후보들의 수준여하 보다 회원들이 치과계 미래를 위해 후보들의 면면을 잘 살펴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질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준 높은 선거문화를 만드는 것은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인 회원들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5개월여 남은 내년 협회장 선거는 직선제가 시작된 이래 5번째 치러지는 선거다. 후보군들의 과거 행위를 살펴보고 그들이 과거 치과계를 위해 진정 일해 왔던 경력이 있는지, 아니면 끊임없는 시비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만을 채우려 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치과계는 점점 세계 치과계에서도 이미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진료와 학문적 성과들을 이루어 오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치과의사연맹(FDI) 회장에 한국인이 수장되는 일을 두 번이나 이뤄낸 저력의 나라다. 지난달 초에 FDI총회에서 박영국 재무이사가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는 감회가 깊었다. 윤흥렬 전 FDI 회장이 당선된 이후 무려 20년만의 일이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해 온 윤흥렬 전 협회장이자 전 FDI 회장은 치과계를 인품과 사랑으로 이끌어 온 한국 치과계에 영원한 레전드다. 그 뒤를 잇는 박영국 차기회장에게 한국 치과계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이 이미 한국 치과계는 전 세계의 리더가 됐다. 내부만 선진화가 되면 된다. 내년 선거는 그래서 중요한 선거다. 십수년 동안 우리나라 치과계를 흙탕물 속으로 이끌어 간 이들과의 결별을 최종적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각성하는 회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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