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가 김부장 이야기

  • 등록 2025.11.26 15: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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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넷플릭스에서 서울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의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방영하고 있다. 평생 대기업 문턱이라고는 밟아본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인턴한게 전부인 나도 괜시리 공감하며 눈물 찔끔 하게 될 정도로 스토리가 흡입력 있다. 요즘 같은 아파트 신고가 시대에 서울 자가 보유라 하니 자랑인건가 싶었는데 야심차게 노리던 임원 승진에 실패하고 인사팀에 의해 지방 한직으로 좌천되는 과정이 꽤나 눈물겹다. 에이 요즘 저런 경우가 어딨어~ 하는 반응도 있었는데 얼마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에서 저성과자 및 사내 정신과 상담을 다녀온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불이익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걸 보니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냉혹한 드라마인 것 같다.

 

지방으로 발령나고 본사 복귀에도 실패한 김부장은 점입가경으로 10억원의 상가 계약 사기를 당하게 되는데 몇 년 전 부모님이 실제 몇 억원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식은땀이 흘러 차마 웃으면서 볼 수 없었다. 예금과 적금만이 가장 좋은 것이라 믿으시던 부모님은 주변인의 투자 권유에 큰 돈을 덥석 투자했다 막대한 손실(내 개원자금)을 입으셨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퇴직한 4-50대가 상가나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오히려 자신이 웬만큼 공부해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고학력자나 대기업 출신들, 의료인들이 더 사기에 취약하다고 한다.

 

사기 방식도 참으로 다양한데 분양대행업자가 일부 임차인을 섭외해 보증금을 지원해주어 몇달 살게 해 신뢰를 준 뒤 계약하고 난 후 임차인이 잠적한다거나, 대행사가 등기부에 실거래 몇 개를 의도적으로 높게 띄운 뒤 매수인에게 대출받아 구매하게 유도하기도 하고, 메디컬 빌딩으로 홍보했는데 막상 의원들이 입주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꼬꼬마 시절에 온라인 게임에서 다양한 사기를 당해보며 세상의 쓴맛을 느꼈다고 자신한 나 조차도 경악할만한 사례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본과 3학년으로서 학생진료를 시작해 내 환자를 직접 보면서 진료라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고 공부해 나가야 할 게 정말 많다는 걸 느꼈는데, 공부할게 정해져 있고 정석적이고 올바른 진료 프로토콜이라는게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는 것과 달리 사회생활을 비롯해 투자와 계약은 잘한 결정이라는 걸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고 항상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체감했다.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처럼 역시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인 듯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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