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는 개원가에 일부 업체가 외국인 환자 유치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상은 불공정 계약과 무단 정보 도용으로 얼룩진 미끼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업체는 대규모 글로벌 헬스테크 플랫폼이라며 유치 효과를 과시했지만, 계약 맺지 않은 병원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긁어와(크롤링) 몸집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입비만 내면 환자를 보내줄 것처럼 홍보한 뒤, 실제로는 고액의 구독료를 유도하거나 계약서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감지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인 환자 유치 업체인 C사는 홍보 팜플렛 등을 통해 전 세계 병원 12만 곳이 참여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C사 홈페이지에 등재된 국내 주요 대학병원 및 유명 치과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확인한 결과, 대다수는 해당 업체와 계약한 사실조차 없었다. 서울 강남의 A원장은 “우리 병원이 파트너 병원처럼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황당해했다. 피해 제보자인 B원장 역시 “주변 유명 치과들이 다 올라와 있길래 믿고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구색 맞추기용으로 무단 도용된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원장에 따르면, C사 관계자는 “가입비 100만 원만 내면 한두 달 안에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매출의 2~3배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로 가입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계약서(협약서) 내용은 딴판이었다. 협약서에는 ‘특정 환자 수 또는 진료 발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영업 현장의 달콤한 약속이 미끼에 불과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B원장은 “3개월이 지나도록 환자 유입은커녕 연락조차 닿지 않아 항의했더니, ‘시스템이 바뀌었다’, ‘기다려라’는 말뿐이었다”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영업 방식이 가입비에 더해 최대 연 수천만 원의 구독료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팜플렛 상의 자필 메모에는 연간 구독료 900만 원, 1400만 원, 2400만 원 등 금액이 적혀 있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환자 유입이 없다는 B원장의 항의에 C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패키지(고액 결제)를 가입한 분들이 우선순위가 맞다. (100만 원 가입은) 플랫폼 등록에 대한 거니 후순위인 점은 맞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C사의 영업 과정에서 의료해외진출법 위반 소지가 있는 안내가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행법상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면 유치 업체뿐만 아니라 의료기관도 지자체에 유치 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C사 관계자가 병원은 등록할 필요 없다, 유치 업체만 등록돼 있으면 된다며 잘못된 정보를 안내했다는 것이 피해 원장의 전언이다. 업체의 말만 믿고 무등록 상태로 환자를 받았다가는 책임은 오롯이 원장의 몫이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C사 측은 “플랫폼 등재 병원은 검색엔진처럼 노출된 것일 뿐”이라며 무단 도용 의혹을 일축했다. 매출 보장 논란엔 “수익 보장이 아닌 목표 달성률(ROAS)을 제시한 것”이라 해명했다. 다만 병원은 별도 등록이 불필요하다는 안내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업 행태에 대해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최광희 변호사(법률사무소 길)는 “수익 보장을 홍보했음에도 고지하지 않은 등급제를 운영하거나, 제휴 병원 수치를 허위로 부풀려 가입을 유도했다면 이는 기망 행위로 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서에 면책 조항이 있더라도 가입 당시 구두 설명이 계약서와 달랐다면, 계약을 취소하고 비용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상담 및 계약 과정 전체를 녹취해 둬야 향후 분쟁 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